본문 바로가기

일상

이런 게 직업병이 아닌가 싶다

반응형


자주 가는 미용실이 있다. 매월 한두 번 연속 세 번 넘게 갔으니 단골이다. 머리를 자르는 동안은 미용사와 나 사이에 말이 없다. 주변 소음과 가위 소리만 들린다. 괜히 말을 섞지도 섞여지지도 않는다. 그렇게 네 번째 방문이었던 어제 미용사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어디 다니세요?"

자연스레 난 "마케팅 일을 합니다. 여행 쪽으로 일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대화가 오갔고 여행 쪽 이야기가 그렇듯 최근 가봤던 관광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동쪽에 미로공원을 가봤는데 좋았어요. 근데 이름이 정확히 생각이 안 나요"

제주도 동쪽에 있는 미로공원이라면 두 가지다. 두 곳은 명확한 차이가 있는데 미용사에게 "혹시 미로공원 안에 고양이가 많은가요?"라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김녕미로공원이군요"

"맞아요. 맞아"

"김녕미로공원은 우리나라 최초로 만들어진 미로공원으로 제주대학교에 다닌 더스틴이라는 외국인 교수가 사비를 들여 만든 곳입니다. 미로공원 자체가 제주도를 상징하는 모양으로 처음엔 들고양이 두 마리를 데려다 키웠는데 어느새 스무 마리 이상으로 늘었습니다"라며 주절대다가 순간 "아차" 싶었다.

왜냐하면 단 한 번도 김녕미로공원을 가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순간 이게 직업병인가, 나쁜 말로 설명충이 됐나, 처음 본 사람에게 말을 잘 섞지도 않는 내가 이렇게 오래 대화를 하는 것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이가 없었다.

어찌 됐든 미용사는 자신이 가봤던 관광지나 장소를 얘기하며 동물을 좋아한다고 나에게 동물이 많은 곳을 추천해달라 했다. 최근에 가봤던 곳 중에 동물이 있던 곳이라면 휴애리와 드르쿰다가 있는데 그나마 가까운 드르쿰다에 관해 이야기를 해줬다.

"드르쿰다라고 표선면 성읍리에 있는 목장카페인데 카페 내부에서 목장을 볼 수 있고 당근을 2천 원에 주고 구매하면 먹이 주기도 할 수 있다. 양도 있고 염소도 있는데 바로 옆에선 카트나 승마도 탈 수 있다"고 또다시 설명했다.

이야기는 이어 수국 꽃이 핀 명소로 시작해 오름으로 이어졌는데 그나마 최근에 가봤던 오름 중 비교적 오르기 쉬운 아부오름에 대해 말했다.

"아부오름이라고 구좌읍 송당리에 있는데 최근에 이효리가 나온 효리네 민박에서도 나온 것으로 주절주절..."

이제와서 문득 든 생각인데 여행 쪽 일을 약 1년 넘게 일하다 보니 어느새 나름 전문가가 된 거 같기도 하다. 제주도가 머릿속에서 한눈에 보여 무엇이 어디에 있고 운영되는지 바로 나오는 내 모습을 볼 때면 신기하기도 하다.

평소엔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면 대화를 잇기가 힘든데 개인적인 이야기보단 하고 있는 일로 말하는 게 더 편한 것 같다. 아무튼 그동안 가보지 않았던 김녕미로공원을 직접 방문해 고양이가 몇 마리나 있는지 세어봐야겠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