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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혜민 스님이 말하는 사랑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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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다녔던 회사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혜민 스님을 만났다.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이야기와 함께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당시 힐링 열풍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혜민 스님의 마음 치유 프로그램으로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위로해주는 것도 기억에 남았다. 


이번 혜민 스님의 새 책인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역시 글귀 하나하나가 마음을 따뜻하게 적신다. 세상 어떤 사람이든 완벽하지 않지만 온전하게 사랑할 수 있다는 주제로 혜민 스님이 전하는 메시지가 추운 겨울 마음을 따뜻하게 해줬다.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에서는 자애, 관계, 공감, 용기, 가족, 치유, 본성, 수용이라는 여덟 가지 주제로 혜민 스님이 실제로 겪었던 사연과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너는 이미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하고 사랑받을 만해'라고 이야기해주는 혜민 스님의 말이 기억에 남았다.


여태까지의 나는 무의식적으로 열등감에 시달렸다. 요즘 같이 SNS 시대에서는 특히 남들의 일상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보통 사람들은 나쁜 것보다는 좋고 행복했던 모습만 올린다. 


그 모습을 보면 사람들은 '세상 사람들은 나보다 행복하게 사는구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혜민 스님의 말에 따르면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을 뿐 비슷한 고충으로 살아갈 뿐이다. 또한, 그 부러움이 상대에게는 괴로움이 될 수 있다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최근 들어 힘들었던 일들이 있었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었기에 이번 혜민 스님의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을 읽으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두고두고 힘들거나 격려를 받고 싶을 때 이 책을 펴서 오랫동안 읽고 싶다.


* 기억하고 싶은 구절


사실 우리 마음이 괴로운 것은 주어진 상황보다는 그 상황에 저항하면서 쏟는 생각의 에너지에서 온다. 막상 일 자체는 그렇게 힘들지 않은데,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다른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내가 억울하게 하고 있다는 심리적 저항이 종종 일어난다. 그 생각의 무게만큼 마음이 힘들고 스트레스가 쌓인다 - 53


우리는 상대가 별생각 없이 한 행동을 가지고 스스로 온갖 추측과 부정적인 상상을 한 후 '저 사람은 나에 대해 이렇게 생각할 거야.'라고 지레짐작한다. 그 지레짐작이 본인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상대에게 투사해놓은 것에 불과한데도 '실제로 그럴 것이다'라고 굳게 믿고 상대를 싫어하고 미워하는 마음까지 연습한다. 물론 상대는 그런 생각 자체를 전혀 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도 말이다 - 56


살다 보면 내 안의 열등감을 자극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지요. 예를 들어, 나보다 학벌 좋은 동료, 집안이 부자인 동서, 조건 좋은 배우자를 만난 친구, 얼굴이나 몸매가 멋있는 사람 등등, 그런데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세요. 그런 조건들만 보면 내가 열등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나보다 좋아 보이는 그 사람도 나에게는 없는 그 사람 나름의 고충이 있습니다. 부러운 점이라고 들여다보면 그 점이 또 그 사람에겐 괴로움입니다 - 84


'내가 잘 안다' 하고 보면 더 이상 상대를 보려고 하지 않아요. '내가 잘 모른다' 하고 볼 때 상대를 자세히 보려고 해요. 그래서 사랑은 '잘 모른다' 하고 보는 상태예요. 혹시 주변 사람들을 내가 이미 잘 안다고 여기는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살펴보세요. '잘 안다' 하고 보는 것은 현재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니고 내 과거 생각으로 보는 것입니다 - 117


우리는 가까운 사람에게 더 짜증을 냅니다. 이럴 때 같이 짜증을 내면 싸움밖에 되지 않습니다. 짜증 내는 사람은 지금 본인이 힘든 것을 알아달라고, 같이 공감해달라는 의미에서 내는 짜증일 수 있어요. 상황이 나아지면 짜증 낸 거 미안해합니다 - 189


마음의 깊은 상처를 치유하는 첫걸음은 치솟는 분노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상처가 깊을 때 상처를 준 사람을 향한 분노와 미움은 손상된 자아가 그 사람과의 경계선을 명확하게 긋고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일으키는 지혜로운 감정이다. 분노는 일종의 보호 장벽과도 같아서 꺠지고 부서진 자아의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물고 회복 될 때까지 나름의 역할을 한다. 그 분노를 빨리 내려놓으라고 옆에서 자꾸 종용하는 것은 잘못하면 그 사람을 다시 상처로 내모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 196


용서하겠다는 머릿속의 결심을 가슴으로 이끌어주는 중요한 통로는 다름 아닌 분노와 미움의 감정이다. 그 사람을 생각할 때마다 일어나는 분노와 미움을 부정하거나, 혹은 자각 없이 그 감정 안에 빠져 지내는 것이 아니고, 내 안에서 올라오는 감정을 허락하고 지켜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억눌러왔던 분노와 미움을 만나는 것이 첫 번째 과정이다. 오랫동안 억눌렀던 감정들이 올라올 때 그 감정들에 취해 허우적거리는 것이 아니고 분노와 미움의 에너지가 몸 안을 무대 삼아 어떤 모양으로 일어나는지 따뜻한 자비의 눈빛으로 지켜보는 것이다 - 199


우리의 본성은 하늘과 같아서 생각이란 구름, 감정이란 천둥, 기억이라는 노을이 지지만 하늘의 본성은 그것들을 허락하고 변화함을 다만 지켜볼 뿐입니다. 생각, 감정, 기억의 날씨는 일어났다 사라지지만 하늘의 마음 공간은 변함없이 여여합니다 - 232


야구 선수가 아무리 홈런을 쳐도 결국 타자는 1루, 2루, 3루를 거쳐 처음 떠났던 홈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결국, 인생이나 수행도 처음엔 대단하고 특별한 무언가를 찾아 집을 떠났지만, 무수한 성공과 실패의 경험 후에는 처음 떠났던 그 자리의 소중함을 깨닫고 다시 돌아옵니다. 내가 그토록 찾던 것이 항상 내 손안에 있었던 것일 수 있습니다 - 239


생각과 나를 동일시하지 마세요. 올라온 생각은 내가 조정할 수 없는 많은 외부 환경에 의해 잠시 일어난 구름이지 내 본래 성품이 아니에요. 한 생각에 잘못 붙잡히면 자살도 합니다. 지나가는 생각에 붙잡히지 마세요 - 243


관찰되는 모든 대상은 진정한 내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몸 밖에 있는 물컵이나 나무, 빌딩 등은 내가 관찰할 수 있기에 내I가 아니고 관촬되는 대상other입니다. 마찬가지로 몸 안의 느낌, 감정, 생각들 역시 그것들이 일어나고 사라짐이 관찰되기 때문에 내가 아니고 관찰되는 대상입니다. 즉, 진정한 나는 대상화되어 관찰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고통을 받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관찰되는 대상을 가지고 나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 244


언어의 경계 너머에 있는 본성을 굳이 말로 표현해야 한다면, 텅 빈 채로 깨어 있는 마음이 참으로 묘하게도 죽은 것이 아니고 살아서 이 우주 전체 가득히 자기 홀로 있다. 모양을 가진 우주의 만물들이 바로 이 텅 빈 채로 살아서 홀로 깨어 있는 마음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또 안다. 이 마음음 우주가 창조되기 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 세상으로 모습을 나투지 않았기에 죽어 사라지지도 않는다. 마치 구름과 천둥, 비를 수용하는 하늘 공간처럼, 음악 소리의 배경으로 있는 고요처럼, 세상의 여러 모습을 비추는 거울처럼, 아이가 노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엄마의 시선처럼 항시 현존한다 - 251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이 자신이 아는 바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고, 또 자기가 한 말과 행동이 다르지 않는 것이다. 나를 돌아보건대 그 둘의 간격이 아직은 많이 벌어져 있어서 부끄럽기만 하다. 하지만 주어진 상황 속에서 하루하루 노력하며 살고 싶다. 많이 부족하지만 조금이라도 앎과 행동의 간격을 줄일 수 있도록 한 걸음 한 걸음 수행하면서 나아가고 싶다 - 253


혹시 살면서 뭔가를 내려놓지 못해서 감정적으로 힘들다고 느낄 때, 있는 그대로의 마음 상태를 허락해보세요. '좀 힘들어도 괜찮아. 좀 아파도 괜찮아.' 마음속으로 속삭이다 보면, 마음이 고요해지면서 내 안의 상처를 자애의 눈길로 보듬어주시는 내 안의 또 다른 큰 나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 269


힘들면 괜찮아지려고 노력하지 마세요. 괜찮아지려고 노력하면 힘든 감정에 억압을 가하면서 더 힘들 수가 있어요. 일어난 감정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기가 머물고 싶은 시간만큼 머물러요. 그 시간을 존중해주고 기다려주세요. 왜냐면 내 안에서 일어났어도 감정은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 말, 잘 안 들어요 - 270


"사랑한다면 이 정도는 네가 나를 위해 맞춰줘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말하는 거, 엄밀하게 말하면 자기 욕심이지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의 모습은 수용과 자유이지 속박과 컨트롤이 아닙니다 - 272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에 하나는 내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었을 때 상대로부터 거부당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까운 지인에게도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고 그 짐을 혼자서 안고 가려니 힘들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누군가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었을 때 판단하지 말고 따뜻하게 받아주세요. 내가 완벽하지 않듯 그 누구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 289


2016.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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