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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꿈은 스스로 이루어야 하며 행복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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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비밀을 감추고 갑자기 사라진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 '비트레이얼'에서는 공인회계사이자 주인공인 로빈이 이와 같은 일을 겪는다. 로빈은 결혼 4년 차로 남편 폴과 함께 모로코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비극이 발생한다.


로빈은 폴과 함께 모로코에 위치한 에사우이라에 있는 한 호텔에서 지낸다. 행복만을 생각했던 로빈은 메일 한 통을 받게 되는데 그 내용은 바로 아기를 낳기 위해 노력하자고 말했던 폴이 정관수술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충격에 흽싸인 로빈은 폴에게 죽어버리라는 편지를 남겼다. 이후 폴은 로빈 앞에서 사라져버렸다.


폴의 거짓말로 인해 큰 슬픔에 빠지게 된 로빈,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비극이 시작되지 않았다. 실종된 폴을 찾는 동안 폴이 아내와 딸을 숨겨뒀던 사실을 알게 됐고, 현재 수입으로는 갚을 수가 없는 빚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럼에도 로빈은 폴을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그가 있는 사하라사막의 관문인 와르자자트로 간다. 사하라사막에서 폴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도 잠시, 로빈은 그곳에 있던 청년들에게 강간을 당하고 죽을 위기에 놓인다. 하지만 불행이 있으면 행운도 찾아오기 마련, 로빈은 죽기 직전 모로코에 사는 베르베르족인 마이카 가족에 의해 구사일생하고 결국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오게 된다.


'비트레이얼'은 주인공 로빈이 폴을 찾기 위해 모로코 곳곳을 돌아다닌다. 책을 읽는 내내 모로코에 위치한 에사우이라, 와르자자트, 사하라사막까지 등장하며 독자들을 여행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남편 폴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난 로빈 앞에 펼쳐진 비극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은 그녀의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하지만 만약 폴이 떠난 게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폴이 애초에 로빈을 떠난 게 아니고 이 모든 게 벤 핫산의 음모였다면? 폴이 숨겨둔 아내와 딸 역시 벤 핫산의 계략이었으며, 정관수술을 받은 게 사실이 아니었다면 소설 속 이야기가 어떻게 바뀌게 될지 궁금해졌다.


* 기억하고 싶은 구절


폴과 첫 대면하는 순간 나는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았다. 프랑스에서는 흔한 그런 경우를 'coup de foudre'(한순간 온몸을 휘감고 지나가는 느낌)이라고 표현한다. 폴을 보는 순간 내 삶은 송두리째 바꿀 수도 있는 남자를 만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 9


'모험'을 프랑스어로 'une aventure'라고 하죠. '모험'이라는 단어에는 사랑에 대한 뜻도 내포되어 있어요. 사랑도 일종의 모험이 아닐까요? - 87


우리가 살아가면서 시도하는 모든 일의 밑바탕에는 두려움과 불안감이 깔려 있다. 우리는 두렵고 불안한 마음을 벗어던지는 순간 행복을 느끼게 된다. 연인이나 배우자가 있을 경우 상대의 두려움과 불안감도 자신의 몫이 된다. 부부가 짊어지고 있던 짐들을 모두 내려놓을 때 비로소 배우자 덕분에 생의 축복이 내렸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매우 고귀하고 드문 순간이다 - 92


어떤 사람의 말이 거짓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의심과 억측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거짓말을 한 사람을 직접 대면해 진실 여부를 물을 수 없는 경우 의심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기 마련이다 - 172


우리는 '나는 왜 이리 불행하지?'라고 생각하며 불만을 토로하기 일쑤지만 정작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며 사는 게 아닐까? - 184


텅 빈 모래의 바다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사막을 건너는 유목민 부부가 눈에 띄었다. 그렇지만 현실은 사하라사막에서조차 복잡할 뿐이었다. 아이들의 갈증을 풀어줄 물을 찾아야 하고, 먹을 음식과 생활필수품을 살 돈을 구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도시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살아가기 위해 겪어야 하는 고난은 그 어디에서 게속 이어지고 있었다. 소음도 없고, 혼돈도 없는 인생이 있을까? 혹시 우리들의 인생 자체가 소음이고 혼돈이 아닐까? 세상 끝으로 달아나려고 해도 세상은 우리를 놓아주지 않는다. 사하라사막 같은 엄숙하고 장엄한 대자연을 마주하고도 우리 안의 악마는 절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 281


불행이 닥쳤을 때 대응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각기 다릅니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방식도 사람마다 각기 다르죠. 아무리 양심적이고 선한 사람이라도 극한 상황이 되면 순간적으로 악해질 수 있습니다. 당신도 사하라사막에서 겪었다시피 순간적으로 악해졌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죠. 궁지에 내몰렸을 때 체념하는 사람이 있고, 벗어나기 위해 저항하는 사람도 있죠. 당신이나 저는 당한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되돌려주는 사람입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동굴에서 살던 시대와 별로 달라진 게 없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살아남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죠. 당신은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았고, 저는 그 사실에 경의를 표합니다. 도덕성의 잣대를 너무 높게 잡지 마세요. 당신이나 저나 뭐가 다르죠? 당신도 살아남기 위해 사람을 죽였잖아요? - 409


내 인생은 사하라사막에서 완전히 변했다. 나는 인간이 견딜 수 있는 극한의 상황을 경험했다. 나는 그 모든 고통을 견디어내고 살아남았다. 내가 살기 위해 사람을 죽인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 나는 그 비밀을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한다. 사하라사막에 한 가지 깨달은 사실이 있다. 살아남기로 마음먹으면 못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상처와 고통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려면 강인해지는 수밖에 없다 - 434


꿈은 스스로 이루어야 한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 행복해지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 439


2016.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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