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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1년에 단 하루만 주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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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단 하루만 주어진다면 당신은 삶과 사랑을 어떻게 지켜갈 것인가?

시간의 장벽 앞에서 우리의 사랑은 과연 영원한 현재형일 수 있을까?


하루를 보냈을 뿐인데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른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기욤 뮈소의 신작 '지금 이 순간'에서는 아버지가 물려준 등대에 있는 금지된 지하실에 들어간 후 시간 여행을 하는 주인공 의사 아서 코스텔이 나온다.


아서는 24방위의 등대의 저주(24방위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아무 것도 남지 않으리라)에 걸려 무려 24년 동안 시간 여행을 하는 위기에 놓인다. 


갑작스러운 시간 여행에 혼란스러워진 아서는 24방위의 등대의 원래 주인인 정신병원에 갇혀 있는 자신의 할아버지 설리반 코스텔로를 만난 후 그를 병원에서 빼내기 위해 한 여성이자 아내가 되는 리자 에임스를 만난다.


아서는 이후에도 계속해서 시간 여행을 하게 되는데 하루가 멀다하고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다. 특히 1992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 뉴욕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과 인물이 나오며 소설의 재미를 더해준다.


클린턴 대통령부터 시위 도중 살해당한 이츠하크 라빈 총리, 파리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2001년에 발생했던 쌍둥이 빌딩 테러가 나온다.


이후 리자와 사랑을 나누고 결혼까지 하게 된 아서는 아들과 딸을 낳으며 행복한 시간을 꿈꿨지만 1년에 하루밖에 보지 못하기 때문에 서로간에 애정이 식는다. 또한 2003년부터 2010년부터는 하루가 아닌 몇 1년에 몇 시간 밖에 보지 못하기에 아서는 더욱 혼란스러워 하고 자신의 가족을 옆에서 지키지 못하는 자신을 원망하기도 한다.


마지막 2015년에서는 갑자기 소설의 내용이 끊기는데 이 과정에서 큰 반전이 담겨 있다. 실제 베스트셀러 작가인 아서는 사고로 인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자신의 아들과 딸을 위해 소설을 쓰게 되는데 그것이바로 24방위의 등대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여태껏 있었던 모든 이야기들이 실제가 아닌 소설인 것이다.


소설 속 아서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에게 "인생에선 어느 누구도 믿어선 안 돼.  설령 아빠라도 믿어선 안돼"라고 말하는데 이것이 하나의 복선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소름이 돋았다.


1년에 단 하루밖에 주어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고자 하는 주인공 아서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게 정독했다. 작가의 상상력이 놀라울 뿐이었다.


* 기억하고 싶은 구절


나는 사라지는 남자이다. 미래가 없는 남자, 점선으로 그려지는 남자, 삶에 굶주렸지만 아무런 기약도 할 수 없는 남자이다. 초고속으로 살아야하는 남자, 하루를 살 때마다 롤러코스터처럼 강렬하게 살아야하는 남자, 떠나고 난 자리를 채워줄 추억다발을 여러 개 만들기 위해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잡아 늘려야 하는 남자이다 - 203


인생이 가하는 타격을 감내할 수 있어야 해. 참을성 있게 견뎌야 해. 맷집을 키워야 해. 폭풍우나 대홍수가 밀어닥쳐도 살아남아야 해. 대개의 경우 고통을 견뎌내면 저울이 반대쪽으로 기울기 마련이니까. 종종 전혀 예기치 않은 행운이 찾아와 우리를 기쁘게 하는 일이 있으니까 - 246


글쓰기는 삶을 미리 살아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작가의 경험에 상상력을 더해 개성 있는 인물들을 창조해내기도 하고, 삶에 대한 성찰의 결과를 글을 통해 구현내기도 하죠. 글쓰기는 언어를 수단으로 하는 작업이기에 문장에 생명력을 부여하고, 고유한 리듬과 호흡을 살려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해내기도 하죠. 요컨대 음악가가 새로운 작품을 작곡할 때와 유사한 과정을 거쳐 가칭 있는 글이 탄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글쓰기는 치유를 위한 방편이 될 수 없어요. 작가는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글쓰기에 집착하죠. 미안하지만 당신과 나는 같은 길을 가는 사람이 아니란 말입니다 - 329


2016.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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