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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제대로 된 진실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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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을 더 들어간 뉴스'라는 모토로 지난 2013년 시작된 JTBC 뉴스룸 '팩트체크'는 앞서 쓸데없는 유머스러운 뉴스를 내보냈던 타 방송사와는 달리 시청자가 정말 궁금한 점을 파헤치며 300회가 훌쩍 넘은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해 5월 '팩트체크' 정치·사회 편, 세상을 바로 읽는 진실의 힘과 11월에 나온 세상을 바로 읽는 진실의 힘 이후 올해 7월 경제 상식 편으로 새롭게 출간됐다. 이번 경제 상식 편에서는 일상생활에서 궁금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상세히 알려주며 잘못 알려진 정보를 바로잡아 주어 책을 읽는 내내 여러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다.


카톡방 음담패설 법적 처벌 가능성부터 범죄자의 신상 공개 기준, 직장인 평균 월급 264만 원의 진실, 법인 명의 외제 차와 법인세, 한국의 남녀 임금 격차, 한국식 나이 셈법 등 간단한 상식이지만 평소 뉴스를 자주 보지 않는다면 모를 궁금한 것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이와 함께 실내에서 빨래 건조가 건강을 해치는지, 선풍기를 틀고 자면 돌연사를 하는지, 돼지고기를 덜 익혀 먹어도 되는지, 미래에 바나나를 먹지 못하는지 등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잘못된 내용을 바로 잡아주며 제대로 된 진실을 알려준다.


평소 TV를 거의 보지 않아 뉴스룸을 보기보다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읽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생산되는 뉴스는 자극적이거나 크게 중요하지 않은 내용을 부풀리며 그저 클릭유도식이 많지만, 뉴스룸 '팩트체크'는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과 이슈를 상세히 알려준다는 점에서 앞으론 뉴스룸을 꾸준히 시청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팩트체크'를 만드는 일명 '팩트체커'의 하루를 시간별로 알려준다. 개인적인 일상은 물론이며 점심, 저녁도 대충 때우며 오로지 시청자들에게 진실만을 알리기 위한 이들의 노력이 정말 본받을 만하면서도 존경스러웠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며 제대로 된 진실만을 추구하는 이들은 우리에게 있어 귀이개, 사이다, 효자손 같은 존재인 것 같다.



* 기억하고 싶은 구절


단톡방에서 시시콜콜 다른 사람을 험담한 게 모두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일까. 처벌 대상이 되려면 조건이 중요하다. 형법상 명예훼손죄나 모욕죄와 관련해 법전에 나와 있는 공통된 단어가 '공연히'이다. '공공연하게 했다'는 '공연성'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의미다. "OO이 진짜 나쁜 놈이다"라고 혼잣말을 하면 죄가 안 되지만, 여러 사람 앞에서 소리 질러 말한다면 공연성이 충족되는 것이다. 단톡방인 경우에는 '공연성'이 있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그 채팅방 안에 여러 명이 있다면, 이들 중 어떤 대화 내용에 대해 침묵하거나 그 말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들을 통해 대화 내용이 외부로 발설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전파성'과 '공연성'이 생긴다. 실제로 문제가 된 사건들이 대부분 이런 과정을 거쳤다. 이 조건을 충족한 단톡방이라면 그 안에서 제3자의 사회적 평가를 깎아 먹을 만큼의 험담이 나올 경우, 명예훼손이나 모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 43


피의자 신상공개 여부는 특강범상 경찰이나 검찰이 결정하게 돼 있다. 기본적으로 경찰 내부 지침이 있긴 하지만 지침에 따라서만 결정되는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중앙대 법학과 황일호 교수는 국민 여론이 어디로 가는지에 따라서 왔다 갔다 하는 측면을 지적했다. 사생활 보호가 중요하다 싶으면 제한적으로 공개하고, 국민의 알 권리가 더 중요하다 싶으면 공개를 하는 식이라는 것이다. 결국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유사 범죄를 막는 효과를 기대할 것이냐. 아니면 무죄 추정의 원칙과 인권 존중에 무게중심을 둘 것이냐에 따라 공개와 비공개가 결정되는 셈이다. 실제 얼굴이 공개된 뒤 재판에서 무죄가 드러난 경우도 있고, 신상공개가 유사 범죄를 막는다는 효과도 학문적으로 입증된 게 아니라서, 조심스럽게 봐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 51


스테로이드를 복용하고 나니 근력이 10% 정도 좋아지고, 또 타구 비거리에 영향을 미치는 스윙 속도 역시 5% 빨라지면서 비거리 자체가 10% 늘어나는 결과가 나왔다. 그렇게 되면 타구는 담장 너머인 117미터까지 날아가고, 홈런이 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홈런 확률이 50% 이상 늘어난다는 게 해당 연구 결과였다. 프로선수들에게는 엄청난 유혹이 아닐 수 없다. 다이어트 약을 잘못 먹었다, 한약을 잘못 먹었다. 혹은 발모제를 잘못 발랐다는 등 선수들의 변명이 이어지다 보니, 도핑 테스트가 너무 엄격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에게 확인한 결과, 이 역시 사실과 거리가 멀었다. 발모제를 한두 번 발랐다고 해서 도핑 테스트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핑 테스트를 통해서 금지약물이 검출되는 경우는, 직접 먹거나 혈관을 통해 투약할 때라는 것이다. 발모제 같은 바르는 약이 검출되려면 수개월 동안 하루에수 수차례씩 발라야 검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 60


2015년 나온 엠네스티 연례 보고서에서도 이주노동자 권리, 집회·시위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등에서 문제를 제기하며 "현 정부 2년 차에 들어서면서 인권이 후퇴하는 경향이 보였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국이 인권 자유국이 아니라고 얘기하면 억울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권이사회 의장국이 된 걸 부풀려서 '인권 선진국 인정'이라고 말하는 것 역시 사실이라고 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부풀린 영광이 아니라 더 잘하기 위한 냉정한 자기반성이다 - 89


국제금육 면에 초점을 맞춰 보면, 일단 외국의 투자자들은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달러를 들고 어느 나라에 투자를 하면 수익을 많이 올릴지 물색한다. 그러다 '한국이 좋겠다"고 결정을 내렸다면 한국 기업의 주식을 사거나 원화로 발행된 채권, 아니면 원화 자체를 사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사겠다는 사람이 전 세계에서 몰려 한국에 달러가 밀려들어오면 원화는 귀환 몸이 돼 화폐 가치가 올라간다. 원화 가치가 오르면 적은 원화만 가지고도 달러를 많이 바꿀 수 있으니, 원-달러 환율은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 별로다'라고 판단해 주식이나 채권이나 원화를 팔아치운다면, 즉 투자했던 달러를 도로 빼간다면 원화 가치는 떨어지고 환율은 오르게 된다. 이번 브렉시트 이후에도 이런 식의 외국인 투자자 거래가 유독 한국에서 많아지면서 원화 가치가 급락,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것이다 - 103


일본은 미국 국채나 부동산 등 다른 나라 자산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물론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30%에 이를 정도로 빚더미에 올라 있지만, 채권의 대부분을 자국민들이 사서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해외로 갑자기 돈이 빠져나갈 여렴가 없다. 즉 여러 곳의 자산에 분산 투자를 잘 해놓은 한편, 자신에게 돈 꿔준 빚쟁이들은 당장 돈 갚으라고 독촉할 일이 없으니 밖으로 보기에는 이만큼 안전한 투자처도 없는 셈이다. 그런데 이런 위기 시에 전 세계에서 돈이 몰려드는 것은 일본으로서 전혀 달갑지 않은 일이다. 그동안 일본은 아베 총리가 앞장서서 엔화 가치를 낮추려고 상당히 노력을 해왔다. 엔고(높은 엔화 가치) 탓에 수출도 잘 안 되고 내수경기도 살아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다. 지난 4년간 계속 돈을 풀면서 엔화 가치를 꽤 많이 끌어내렸는데, 이번 브렉시트로 인해서 물거품이 됐다. 그러자 일본 내에서는 이본이 영국 이상으로 어려워질 수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 106


현장에서 일하는 수입차 딜러들에게 확인해본 결과, 실제 법인 차량들은 현금보다는 리스 등의 형태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고, 회사 대표들이 와서 직접 차를 보고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니까 차를 회사 명의로 사서 대표 본인이 사적으로 타고 다니느 경우가 많다는 얘기였다. 공무를 위해서나, 의견을 위해서 고급 차량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2억 원이 넘는 스포츠카의 용도를 설명하기엔 부족해 보인다. 법인들이 이런 고급 수입차를 선호하는 또 다른 배경에는 세금 감면이 있다. 법인 차량을 운용하는 데 들어간 돈을 '업무상 비용'으로 처리해 법인세를 깎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인 차량으로 선호도가 높은 BMW 520D를 예로 들어보자. 이 차를 구입해서 5년 동안 운행할 경우, 금융비용이나 기름 값, 정비 등을 포함하면 약 1억 800만 원 정도가 든다. 그런데 이 차량이 법인차가 되면 이 금액을 사업에 필요한 경비로 신고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법인세 계산을 할 때 그 금액만큼 공제해서 세금을 매기게 되고, 결론적으로 약 2600만 원의 세금을 아낄 수 있다. 게다가 실제로 차를 이용하는 대표는 자기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 경우가 없으니, 이중 혜택을 보는 셈이다. 대표 본인은 자기 돈 안 쓰고, 회사는 세금을 덜 내고, 결국 국가는 그만큼 세금을 못 걷는, 명백한 꼼수다 - 138


원산지 표기와 관련해 법적인 빈틈이 있는 셈인데, 이런 모호한 상황은 다른 품목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예를 들어 브라질에서 재배한 커피 원두를 미국으로 가져가서 볶았다면, 이 경우 원산지를 어디로 봐야 하느냐도 국내에서 법적 분쟁까지 갔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보통 커피나무가 자란 곳이 원산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간단치가 않았다.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담당하는 세관이 2011년에 '볶은 커피' 수입 업체를 대대적으로 단속했다. 다른 나라에서 다 키운 커피콩을 미국에서 볶기만 한 것을 가지고 '미국산'이라고 표시했다며,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과징을 수십억 원을 부과했다. 그러자 수입업체가 소송을 냈고, 이듬해 나온 판결에서 업체들에 무죄가 선고됐다. '로스팅은 단순히 볶는 게 아니라 노하우가 필요한 고도의 기술집약적 공정이다. 온도, 가열 시간에 따라 커피 고유의 깊은 맛이 결정되기 때문에 로스팅한 곳을 원산지로 봐야 한다'는 게 판결의 요지였다. 커피콩이 콜롬비아산이건 케냐산이건, 로스팅을 마친 원두는 미국산이 맞다고 판단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준 때문에 제품에 표시된 내용만 봐서는 실제 원재료가 어느 나라에서 자란 것인지 모르게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 146


원산지 표시와 관련한 논란은 방송 교양프로에도 자주 등장하는 주제다. 특히 유명한 이야기가 국내에서 키운 재료로 김치를 담갔다면 '국산' 김치, 수입 재료를 가져다 한국에서 담갔다면 '국내산' 김치라고 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산'과 '국내산'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둘을 잘 구분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김치(국내산)'라고 표시한 음식점을 조심해야 한다는 식의 경고까지 돌았다. 하지만 농산물 품질관리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이는 잘못된 이야기였다. 김치 안에 들어가는 재료들 중에서 물, 식품 첨가물, 주정을 제외한 모든 원료가 국산이면 '국산'이나 '국내산'으로 원산지를 일괄 표시할 수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 148


일단 Corea로 표기를 바꾸게 되면 바꿔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영문 표기 약자를 그동안 Republic of Korea를 줄인 ROK로 사용해 왔는데, 이걸 ROC로 바꿔야 한다. 유엔 등 국제사회에 알려야 하는 막대한 교체비용은 물론이고, 현재 대만에서 ROC(the Republic of China)를 이미 쓰고 있는 문제도 있다. 또, 금융시장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원화 표시를 KRW(Korea Won) 대신 CRW(Corea Won)로 바꾼다면 혼란을 피할 수 없다. 이메일 주소 등에 쓰는 약어 kr도 cr로 바꿔야 하는데, cr은 코스타리카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요즘 주가를 올리고 있는 K-팝이란 말도 C-팝으로 바꿔야 하는데 익숙지 않아 하는 팬들이 많을 것이다 - 190


다른 과일은 병이 한번 돈다고 해서 종 자체가 위협받는 일은 없는데 바나나는 유독 예외다. 이는 독특한 재배 방법 때문이다. 원래 야상 상태의 바나나는 크고 딱딱한 씨가 가득 차 있어 먹기가 아주 힘들다. 그러다 씨가 없는 돌연변이가 나타나면서 이를 개량해 식용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바나나는 본래 나무라기보다 '여러해살이 풀'이다. 그래서 한번 수확하고 나면 밑동을 잘라 다시 줄기가 자라게 하는 방식으로 키운다. 농장을 조성하기 위해 새로 심을 때도 뿌리만 잘라 옮기면 된다. 씨로 번식하는 게 아니다 보니 한 농장에 유전적으로 똑같은 바나나 나무들만 있어 병충해가 한번 휩쓸면 멸당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 293



팩트체크 : 경제.상식 편 - 10점
JTBC 뉴스룸 팩트체크 제작팀 지음/중앙books(중앙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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