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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성적보다는 인간의 가치를 더 소중하여 여기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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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도 꽃이다1'과 마찬가지로 조정래 작가님은 2편에서도 현 교육의 문제점에 관해 이야기한다. 1편 마지막 부분에 나왔던 원어민 교사들이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실제 외국인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대강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찾았지만 판·검사, 의사가 되라는 부모의 말에 결국 가출까지 하게 되는 학생의 이야기부터 자신의 학생은 아니지만 같이 마음 아파하며 도와주려고 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 먼 곳에서의 일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생기는 것이었다.


부모님의 공부 절대주의가 아이들에게 있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게 하는지,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의 돈을 쓰며 시킨 선행 학습이 우리나라의 교육을 얼마나 망치고 있는지 여러 가지 사례를 들며 이야기하고 있다. 부모의 욕심으로 인해 꿈을 포기하고 심지어 가출, 자살 등 나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을 왜 알지 못하는지 책을 읽는 내내 한심한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풀꽃도 꽃이다'에서는 우리나라의 교육 비판과 함께 아이들이 받는 고통, 앞으로 미래에 다가올 암울한 현실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는 학생과 부모님 뿐만 아니라 20대 청년의 입장에서도 중요하다. 책에 나오는 혁신학교와 같이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앞으로 미래에 태어날 우리 아이들이 경험하지 못한 채 그저 주입식 교육만 하게 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책을 읽다 보면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그렇지 못한 학생을 나누며 차별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보인다. 나 역시 학창시절 공부에 관심이 없어 잘하지 못했는데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에게 방해가 된다는 이유만으로 한 반에서 자리를 반으로 가른 적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을 따로 학습시키는 것이 아니라 수업 중 쳐다봐주지도 않은 채 존재조차 없애버리려 했던 선생들이 나의 학창시절의 기억이었다.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한 사람으로서의 존중을 대해주는 것이 스승으로서의 올바른 참교육이 아닐까 싶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혁신학교가 생기게 된 배경부터 일반학교와는 무엇이 다른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려준다. 현교육의 문제점과 이제는 심각한 수준을 넘어 아이들을 죽이게 하는 사교육을 없애기 위한 방도로 조정래 작가님은 혁신학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찬가지로 나 역시 우리나라의 미래와 아이들을 위해 혁신학교가 더욱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성적보다는 인간의 가치를 더 소중하여 여기는 교육만이 진정한 참교육이라 생각한다. 그저 외우기만 하는 주입식 교육을 벗어나 생각하고 토론하며 지식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그래야만 우리나라가 더욱 살기 좋은 나라가 되지 않을까.



* 기억하고 싶은 구절


- 반 총장이 지난번에 연임을 하려고 할 떄 유럽 쪽에서 반대를 하고 나섰잖아. 그 공개적인 이유가 뭔지 알아? 그가 영어를 잘하지 못하니 유엔사무총장으로서는 더 이상 자격이 없다는 것이었어. 그런데 말야. 반 총장이 어떤 사람인 줄 알아? 한국 고등학생들 중에서 영어를 제일 잘하는 사람으로 뽑혀 미 정부 초청을 받아 케네디 대통령을 만난 인물이야. 그리고 평생을 외교 관료로서 영어를 하고 산 사람이야. 그런데도 영어를 잘 못한다고 유엔 무대에서 공개적인 공격을 받은 거야. 언어란 그런 거라구. 태생적으로 생득언어가 다르니까. 우리가 제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한국 사람들처럼 한국말을 잘할 수 있겠니? 그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 아니냐. 이 쉬운 사실을 못 깨닫고 계속 아이들 혀 수술을 해댄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그들의 비극이고, 운명이지 뭐 - 18


- 언어가 인간을 지배한다는 말 고등학교 때 배웠지? 또, 언어는 인간의 영혼을 경작한다는 말도, 지금 한국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우리 미국의 문화식민지가 되려 하고 있어. 우린 얼마나 고마운 일이야? 벌써 그 현상들이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그 많은 아파트들의 이름이 거의가 다 영어고, 그 많은 상점들의 간판도 날마다 영어가 늘어나고 있고,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들의 브랜드도 거의 다 영어고, 심지어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이름이나 한글 신문들의 지면 타이틀까지도 영어투성이야. 이런 식으로 한 20년쯤 가면 한국은 어떻게 되겠어? 자기네 글 천대하고 우리 영어 떠받드는 문화식민지로 변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 너와 나 같은 사람은 위대한 공헌자가 되는 거고 - 42


- 초등학교에서 주는 상들은 많았다. 전통적으로 주어지는 우등상, 개근상 등을 비롯해서 새로 생긴 모범상, 봉사상, 착한 어린이상, 글짓기상, 독후감상, 달리기상,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많았다. 그리고 학교 밖에서 실시되는 각종 경시대외의 상까지 합하면 그 수를 헤아리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어쨌거나 학생들을 격려하고 칭찬하기 위해서는 상을 많이 주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교육이란 올바른 도덕적 인간을 만들고, 개성과 능력을 개발해 내고, 삶에 자신감과 힘을 불어넣어주는 것이라면 여러 가지 상으 그 중요한 일을 해나가는 데 보조 역할을 충실히 하는 거였다 - 50


- 기존 사회는 언제나 자기들의 기득권과 권위를 지키기 위해서 기존 가치를 절대 신봉하는 동시에 그 어떤 도전 세력도 용납하지 않는 배타주의를 고수했다. 따라서 자기들의 세계를 조금이라고 흡집 내거나 흔들려고 하는 대상이 나타나면 그 선봉장인 매스컴이 나서서 가차 없이 총칼을 휘둘러댔다. 그 일제 공격의 목적은 기존 가치를 수호하기 위하여 새로 터진 사건을 무조건 은폐하고 묵살하여 덮어버리는 것이었다 - 72


- 교육이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의 실천이었다. 지식의 일깨움이나 전달은 그다음이었다. 그런데 세태는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그 반대로 세찬 바람을 일으키고 있었다. 아니, 그 반대라고 할 수도 없었다. 공부가 강조되고, 경쟁이 신봉되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은 실종되어 그 자취가 묘연했다 - 90


- 3, 4학년짜리들이 선행 학습으로 5, 6학년 수준의 수학 문제를 척척 풀어내는 실력을 과시했다. 그런 아이들이 젓가락질을 하지 못했고, 손톱을 깎지 못했다. 심지어는 나무젓가락을 제 손으로 쪼개 쓰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그건 그런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었다. 그 엄마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생활 태도를 숨김 없이 보여주는 것이었다 - 94


- 코스모스가 피면서 여름이 가고, 들국화가 피면서 가을이 왔다. 코스모스가 지면서 가을이 깊었고, 들국화가 지면서 낙엽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교정의 무성했던 느티나무 잎들도 가을빛을 머금다가, 황금빛으로 물들다가, 이제 서늘한 바람곁을 타고 잎들이 분분히 낙엽 지고 있었다. 깔깔하면서 청결한 느낌의 느티나무 단풍이 바람결을 타고 흩날리며 떨어지는 모습은 가을 정취의 절정이었다. 슬픔이기도 하고, 사무침이기도 하고, 서러움이기도 하고, 고적함이기도 하고, 그림움이기도 하고, 허무이기도 하고, 텅 빈 공간이기도 한 그 감정, 그건 깊은 사색의 길이고, 자아 발견의 여로이기도 했다 - 159


- 청소년 알바는 전국적으로 어림잡아 23만에서 25만 명 정도였다. 그 많은 수의 임금은 어떤 기관에서 나서서 법에 정해진 대로 어김없이 지급하도록 감시 감독한다면 어떻게 될까. 청소년들을 고용해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영세 상인들 중 무척 많은 수가 영업을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영세 자영업에서는 인건비 비중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영업이 큰 타격을 입게 되면 그 영향은 바로 일반 소비자들에게 미치게 된다. 그러니까 우리는 최저임금도 안 되는 청소년들의 알바비 덕분에 '통 큰 가격'이라고 선전해대는 음식을 배달받아 먹고 있는 것이다. 전후의 혹독한 굶주림 속에서 '넝마주이'라는 가난한 청소년들이 도시의 청결을 해결해 주는 보이지 않는 공을 세웠듯이 오늘의 가난한 청소년들도 법을 보장하는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우리 사회의 밑바닥 경제를 그렇게 떠받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업주들만 가엾은 청소년들의 노력을 갈취하는 것이 아니었다. 돈이 돌고 돌듯 우리 사회, 우리들 모두가 그 갈취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었다 - 212


- 부모와 자식은 절대 변할 수 없는 한 핏줄이되, 그 생명체로서의 존재는 완전히 별개의 독립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개성도, 능력도, 성격도 다 다르다는 사실, 그래서 그들의 인생도 다 다르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하고, 인정해야 합니다. 그 다름에 대하여 우리 조상들은 일찍이 명언을 남기셨습니다. '자식은 겉을 낳지 속을 낳지 못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수많은 부모들이 그 다름을 받아들여 자식과 나를 분리하지 못하고 동일시하기 때문에 숱한 문제들이 발생하는 겁니다 - 279


- 우리나라 부모들은 대부분 자기와 자식들을 분리하고 독립시키질 않고 자기와 동일시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가장 비극의 씨고, 뿌리입니다. 그 동일시로 인해 자식의 출세가 자기의 출세가 되고, 자식의 성공이 자기의 성공이 됩니다. 그런 비이성적 사고방식이 자식에게 집착하게 만들고, 그 집착이 자식이 1등 하기를 바라 자나깨나 공부를 닦달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공부에 별 흥미가 없는 애들은 문제아로 몰리며 별의별 일들이 다 생기게 되는 것 아닙니까. 이 세상에 어려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가장 어려운 일이 자기를 객곽화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자식과 나를 분리시켜 생각하는 것. 그것부터가 자기를 객관화하는 일입니다. 그것부터 실행이 되도록 노력하고, 연습해야 합니다 - 280


- 애들이 성적만 중시하고 경쟁만 부추기는 일반학교에 염증을 느끼고, 더 다니고 싶어하지 않으면 어쩌겠습니까. 공부란 그게 재미가 있어서 자꾸 하고 싶어하는 사람만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지,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는 사람들까지 죽자 사자 매달릴 필요는 없는 일입니다. 인생살이에서 공부란 취지에 따라, 필요에 따라 적당하고 알맞게 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무한 경쟁이라는 황당한 깃발을 내걸어놓고 서로 1등 하겠다고 혈안이 되어 교육 광풍을 일으키고 있지 않습니까. 어리석기 짝이 없는 체력 낭비고, 금력 낭비고, 국력 낭비고, 인생 낭비입니다. 아이들의 인생은 아이들이 주인이고, 주인공입니다. 그들이 싫어하는 일을 강요하지 말고, 그들이 좋아하는 길로 가도록 도와주십시오. 그게 부모의 참된 역할입니다 - 283


- 혁신학교의 3대 정신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경쟁 아닌 협력', '주입 아닌 토론', '배제 아닌 배려', 그 세 번째 정신에 의해서 자신은 지옥에서부터 천당으로 구원을 받은 것이었다. '배제 아닌 배려', '그것은 일반학교에서는 꿈꿀 수 없는 것이었다. 일반학교는 우열반을 편성해 공부 좀 못하는 학생들을 노골적으로 차별하고 배제시키는 일을 능사로 삼고 있었다 - 320


- 바다는 메꾸어도 사람 욕심은 못 메꾼다. 돈은 귀신도 부린다. 돈이면 지옥문도 여닫는다. 돈만 있으면 의붓자식도 효도한다. 돈 없다는 사실은 있어도 돈 남는다는 사람은 없다. 돈만 있으면 처녀 불알도 산다. 돈 있어 못난 놈 없고, 돈 없어 잘난 놈 없다. 돈 싫다 하고 계집 마다는 놈 없다. 돈과 사람에 대한 이런 속담들은 사람의 심리와 세상 인심을 속속들이 꿰뚫고 갈파하는 예리한 칼이고, 따로 철학을 공부할 필요가 없을 지경이었다. 사실 속담 백여 개만 잘 간추려 반추하며 산다면 인간관계에 무리할 일이 없고, 탐욕으로 심신을 상할 리도 없고, 삶의 지혜가 궁해질 리가 없었다. 그건 우리 선조들이 생활 속에서 자식들을 가르쳤던 생활교육이었고, 인생을 바르게 터득하게 하는 철학 교육이었다 - 324


- 혁신학교는 2009년 실시한 제1대 민선 교육감 선거에서 경기도 교육감 후보가 내세운 핵심 공약이었다. 교육감을 국민의 투표로 직접 뽑는다는 것도 세상의 변화를 보여주는 혁명적 사건이었는데, 진보를 내세운 교육감 후보가 아무런 거리낌 없이 혁신학교 실시를 공약으로 당당하게 들고나온 것은 더욱 혁명적 사건이었다. 그런데 그 후보가 당선되어 버린 것이었다. 그것이야말로 보수적 교육계를 강타하는 한층 더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그런데 그 혁명적 사건을 일으킨 것은 누구였을까. 진보 후보였는가, 아니다. 그 후보를 교육감으로 당선시킨 유권자들, 이 땅의 교육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고 인식하고, 그런 욕구가 실현되기를 바라고 있었던 학부모들이 그 혁명적 사건의 주체였다 - 334


- 학교라는 조직체에서 교사 하나란 얼마나 미미하고도 허약한 존재인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 외에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었다. 더구나 교육계 전체로 보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티끌일 뿐이다. 지구상의 70억 인구 중에서 한 개인의 존재처럼 - 363


[세트] 풀꽃도 꽃이다 - 전2권 - 10점
조정래 지음/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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