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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책이 필요 없어 빌려주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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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연평균 1인 독서량은 시간이 흐를수록 감소해 2015년 기준 성인 기준 1년 독서량은 9.1권이었다.

그 결과가 말해주듯 친구나 직장 동료를 보면 독서를 꾸준히 하는 이가 없어 책에 대한 토론을 나눌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도 가끔은 주변 사람과 담소를 나눌 때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일상에서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이가 있다면 독서가로서 얼마나 기쁜가.


그럴 때면 그/그녀는 책 내용에 호기심을 갖게 되고 빌려 달라고 요청한다.

상대를 믿고 함께 독서 토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흔쾌히 빌려준다.


그런데 난 분명 빌려줬을 뿐인데 그 책이 다시 나에게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약 7~8년간 독서를 꾸준히 하고 책도 그만큼 샀기 때문에 집엔 책이 가득하다.

그중에는 한 번 읽고 말 책도 있지만 소장을 좋아하는 나에게 있어 소중한 것들이다.


그 소중한 것들이 다른 이에게도 소중했던 걸까? 돌려주라는 말을 하기 전까지 그 책을 다시 주는 이가 거의 없다.

가끔은 내 물건을 다시 돌려주라는 말에 불쾌한 표정을 짓거나 심지어 가져다주지 않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힘들게 책을 다시 돌려 받더라도 문제가 생긴다. 책 상태가 내가 빌려줬을 때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독서를 좋아하고 책 소장을 취미로 가지면 책 상태에 대해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인터넷 서점의 반품 사유로 책이 1cm 정도 구겨졌거나 띠지가 손상된 경우로 교환하는 이도 꽤 있다고 들었다.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책을 다시 돌려받았을 때 책 상태가 좋지 않다면 기분이 얼마나 상하는지 그들은 모를 것이다.


그 후로 책을 빌려주는 것에 대해 인색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대부분 내 책이 원상태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위 사진에 나와 있는 세 가지 행동은 책을 빌리는 사람들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띠지도 손상해서는 안 된다)


책 한 권이라 해봤자 평균 1만 3~5천 원이기에 책을 빌리는 입장에서 우습게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책 주인 입장에서는 산 책을 또 사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 책이 손상되는 것이 불쾌하고 가끔은 마음마저 아프다.


독서를 꾸준히 하는 이가 책을 빌려주는 것은 그냥 책이 필요 없어 대여해주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당신과 친해지고 싶고 믿기 때문에 빌려 주는 거다. 그 배려를 무시하고 배신으로 보답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러저러한 일을 겪어보니 책을 빌려주면 상대방의 성격이 대충 파악된다.

타인의 것을 소중히 여기는지 아닌지를 보면 상대와 계속 인연을 맺을지에 대해 판가름을 낼 수밖에 없다.


꼭 책뿐만이 아닐 것이다. 무언가 빌리게 된다면 자기 것보다 더 소중하게 대해줬으면 좋겠다.

보답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빌린 책을 손상하지 않고 함께 독서 토론을 할 수 있는 이가 있다면 언제든 흔쾌히 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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