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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제주도 버스 여행 조천 교래리에서 얻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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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버스 여행 조천 교래리에서 얻은 것


지난 주 휴가를 맞아 나홀로 당일치기 제주도 버스 여행을 떠났다. 제주도 서쪽은 학창시절 지겹게 갔던 터라 동쪽을 택했다. 나에게 있어 제주 동부권은 평소라면 가지 않을 생소한 곳으로 억새 명소로 불리는 산굼부리로 갈 겸 제주시에서 가까운 조천 교래리를 택했다.



제주도 버스 여행을 위해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조천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처음으로 향한 곳은 산굼부리였다. 제주도 산굼부리는 수많은 억새를 만날 수 있어 가을철에 인기가 많은 관광지로 그동안 가보지 못했다가 이번 기회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에 당일치기로 갔다.

중간에 비가 와서 100% 제대로 구경하진 못했지만 찍기 어렵다고 소문난 '사람 없는 산굼부리' 한글 포토존도 찍을 수 있었는데 사전 조사로는 알지 못했던 구상나무 숲길도 걸어볼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제주도 버스 여행으로 산굼부리를 구경하고나서 비가 내려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 하다가 갑자기 든 모험심에 조천 교래리를 걸어보기로 했다. 미리 준비한 우비에 우산까지 쓰고 조천 교래리에 유명하다는 관광지 중 하나인 제주 돌문화공원까지 가보기로 했다.



제주도 산굼부리에서 제주 돌문화공원은 버스로 이동하려면 두 번 갈아타야 하기에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특히 버스가 잘 다니지 않는 제주도 외곽 지역에서 버스 두 번을 갈아탈 바엔 그냥 걷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이로 따지면 3.27km로 그리 멀지 않으며 무엇보다 여행이라는건 본래 고생을 조금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동안 봐온 제주도는 자동차로 이동할 경우 보지 못하는 풍경이 많기에 나는 가끔씩 한 손에 카메라를 들고 도보 여행을 즐긴다.

요즘은 스마트폰에 T맵과 같은 네비게이션이 있기에 초행길로 쉽게 찾을 수 있다. 예전만 하더라도 스마트폰 없이 가보지 않았던 길을 갔다가 크게 고생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에 비해 지금은 처음 가는 지역도 별탈 없이 돌아다닌다.



제주 돌문화공원으로 가는 길에 만난 조천 스노우빈 카페.. 도보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잠시 들려 커피라도 마실까 했는데 단순히 걷기엔 저 거리가 은근 멀어보여 다음을 기약했다.



다음으로 만난 곳은 교래분교로 애월에 유명한 더럭분교처럼 무지개 색깔의 학교가 참 예뻤던 곳이다. 학교장 허락 없이는 들어갈 수가 없기에 바깥에서 찍은 사진으로 깔끔하게 조성된 공간이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조천 교래리 노인회관, 교래분교 바로 옆에 있었는데 비가 내려서인지 운치있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다음으로 만난 곳은 조천 갓 전시관, "이런 곳도 있었구나" 새삼 느꼈는데 내가 사는 제주도엔 아직도 내가 모르는 곳이 많다는 것을 느꼈고 이어진 제주도 도보여행에서 그 사실을 절실히 느꼈다.



어느덧 걷다 보니 제주 돌문화공원까지 거리가 1.1km밖에 남지 않았다. 화물차가 많이 다니는 길이라 그런지 살짝 위험했는데 이때부터 체력도 빠져 조금 힘들었다. 자전거 한 대쯤 있으면 더 좋았을 거라 생각하며 잠시 지름신이 오기도..



길을 걷다 살짝 옆을 바라보니 나무로 된 간판이 하나 보였는데 곶자왈 공유화 재단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곳은 교래 곶자왈 생태 학습장으로 제주도의 환경을 지키기 위해 몇몇 사람들이 기부도 했다고 한다.

실제 안으로 들어가보면 기부자의 명단이 적힌 비석을 만날 수 있었는데 사전허가 없이는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이곳을 다 탐방하려면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혼자 걷기에는 조금 섬뜩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뱀이 나타날 것 같아 발길을 돌렸다.



교래 곶자왈 생태 학습장에서 10분 조금 넘게 더 걸으니 여태까지 수없이 가본 제주 에코랜드를 만났다. 그전만 해도 에코랜드는 차로만 갔었기에 몰랐던 게 있었는데 버스나 도보로 온 분들을 위한 출입구가 따로 있었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되었다.

업무상 제주 에코랜드 소개글을 자주 쓰는 편인데 나중엔 도보 여행자를 위한 에코랜드 방문기도 적고 싶은 생각에 카메라에 위치를 담아놨다. 미리 얘기하자면 버스정류장에서 에코랜드 출입구까지 다소 먼 거리(250m)이지만 구경하는 데 큰 지장은 없다.



드디어 제주도 도보 여행의 목적지인 제주 돌문화공원에 도착했다. 특이한 돌로 간판을 만든 제주 돌문화공원은 앞서 여러 번 방문해보고 싶었던 곳이기도 했다.



다만 제주 돌문화공원 안쪽으로 들어가니 편의시설 보수공사로 인해 오는 11월 22일까지 임시휴원이라고 한다. 앞서 제주 돌문화공원 홈페이지에 들어가도 임시휴원이라는 공지사항도 보이지 않았는데 막상 찾아가서 이런 글을 보니 허탈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주도 산굼부리에서 제주 돌문화까지 도보로 오는 동안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풍경을 관찰하며 걸을 수 있었기에 이번 여행이 참 좋았다. 지인과 함께 갔으면 말동무가 있어 더 재밌기도 하겠지만 나홀로 여행을 즐기는 게 나에게 있어 더 맞는 것 같다. 



제주 돌문화공원 버스정류장에서 120번 급행버스를 타고 제주시로 넘어오면서 총 5시간 걸렸던 제주도 버스 여행을 마무리했다. 비록 제주 돌문화공원을 구경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지만 나중에라도 시간이 된다면 구경할 수 있으니깐, 무언가 보고 싶다는 희망을 간직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여행은 얻은 게 더 많았다.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제주도는 편안하게 자동차로 이동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씩 나홀로 대중교통이나 도보 여행을 하는 것도 좋다. 이번엔 조천 교래리를 탐방했으니 다음엔 도보 여행으로 사람들이 많이 추천하는 구좌읍 종달리 마을을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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