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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1 - 채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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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쓴 채사장은 지난 2015년 국내 저자 1위를 기록하고 2016년에는 밀리언셀러 작가가 되었다. 현재는 글쓰기와 강연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인문학을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총 누적 다운로드 1억 건을 기록한 팟캐스트 '지대넓얕'의 진행자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는 성균관대학에서 공부해 학창시절 내내 하루 한 권의 책을 읽을 정도로 지독하게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 책을 읽은 이유


평소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거나 대화를 나눌 때 지식이 부족하여 말을 잇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방면에서는 커녕 우리나라와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과 이슈에 대한 현상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우연히 알게 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기초 상식이 부족한 나에게 자양분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책을 펼치게 되었다.


# 줄거리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총 두 권으로 1권에서는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편으로 구성돼 있다. 생산수단이 생겨나게 된 원시시대부터 고도 노예제사회, 중세 봉건제사회를 지나 근대 자본주의, 제국주의, 신자유주의까지 역사와 경제, 정치, 사회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한다.


# 느낀 점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읽고 느낀 것은 저자 채사장의 글쓰기 실력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누구나 알기 쉽도록 어려운 문제도 가볍게 쓴 그의 문체가 다방면으로 지식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책을 읽고 있는 내내 느끼게 됐다. 


무엇보다 역사에서부터 경제, 정치, 사회, 윤리로 넘어가는 동안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이하면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지식이 늘어나는 느낌을 들게 한다.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이 계속해서 유지해나갈 수 밖에 없느냐부터 진보와 보수의 대립이 경제 현상과의 연관성에 대해 알게 됐다.


사실 이 책에 나오는 내용 대부분은 학창시절에 배웠던 것들을 상기시킨다. 하지만 일상 생활을 하면서 잊혀지거나 다른 이유로 알지 못했던 지식을 습득시켜준다. 무엇보다 어렵지 않아 술술 읽어나가면서 독자로 하여금 지식이 늘어나는 기쁨을 누리게 해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 기억하고 싶은 구절


원시부터 근대까지의 역사를 움직이는 핵심 개념이 '생산수단'이라면, 다음으로 근대부터 현대까지의 역사를 움직이는 핵심 개념은 '자본주의의 특성'이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자본주의가 태생적으로 갖는 모습으로서 '공급량이 언제나 수요량보다 많다'는 특성이다. 여기서의 공급은 시장에 생산물을 제공하는 것이고, 수요는 그러한 생산물을 사려는 욕구나 행위를 말한다 - 30


'신'은 요청된다. 지배자는 신을 부른다. 신이 진짜로 응답을 하거나 말거나 그건 중요하지 않다. 신이 진짜 있는지 없는지의 문제는 지배자의 관심사가 아니다. 지배자 자신이 부를 수 있는 '신'이라는 언어만 있으면 된다. 왜냐하면 신은 지배자가 사회를 지배할 권리를 부여받기 때문이다. 독단적으로 지배하고자 하는 욕망을 지닌 자일수록, 그의 신앙은 절실하다 - 41


서구 사회의 문화와 역사를 관통하는 근원적인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 그것이다. 헬레니즘은 고대 그리스, 로마에 뿌리르 두고 있는 역사적 사조로서, 우리가 그리스, 로마 신화라고 하면 떠오르는 제우스나 아폴론 등의 다신의 이미지와 연관되어 있다. 반면 헤브라이즘은 이스라엘 민족과 야훼나 여호와라고 불리는 유일신인 하나님과의 계약에 대한 역사적 흐름으로서, 우리가 그리스도교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들을 말한다. 쉽게 정리하면 서구는 두 가지 문화를 뿌리로 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와 그리스도교 - 45


공장은 끝없이 생산물을 쏟아낸다. 공장이라는 생산수단이 있기 전인 중세에 물건을 사기 위해서는 제작자에게 필요한 물품을 미리 주문했다가 완성된 이후에 받을 수 있었다. 즉 수요가 있는 만큼 공급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근대가 되면 상황은 바뀐다. 공장은 주문이 있기 전에 미리 물품을 대량으로 생산해낸다. 물품이 필요한 사람은 기다릴 필요 없이 시장에 가서 이미 생산된 물품을 구입하면 된다. 이러한 특성, 즉 물품을 구입하려는 욕구보다 이미 생산된 물품이 더 많은 상태가 자본주의의 특성이다 - 65


산업화를 통해 자본주의가 된 국가들은 자본주의의 특성인 공급과잉 문제에 필연적으로 봉착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수요를 늘리기 위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만 한다. 시장을 개척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식민지를 만드는 것이다. 식민지를 만들어 원료를 공급받고 가공품을 판매하면 된다.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된 유럽이 필연적으로 거칠 역사의 방향이다. 실제로 산업화된 유럽의 국가들은 식민지를 차지하기 위해 세계로 뻗어나갔다. 영구은 인도로 갔고, 스페인은 남미로 갔고, 프랑스는 아프리카로 갔다. 그곳에 식민지를 만들어, 자국에서 만든 생산품을 강제로 판매했다. 대표적인 예가 인도다. 영국은 인도를 식민지화한 후에 자국의 면직물을 인도에 판매하고 그 대가로 아편을 받았다. 그리고 받은 아편을 중국에 판매한 대가로 홍차와 막대한 부를 얻었다. 어쨌거나 인도는 영구의 면적물 산업에 종속되면서, 많은 자원과 부를 영국에 빼았겼다. 면직물로 인해 국가 전체가 영국에 종속된 것이다. 그래서 간디는 영국산 면직물의 수입을 막기 위해 옷을 스스로 제작해서 입자는 운동을 펼쳤다. 우리가 간디 하면 물레를 감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물레는 영국산 면직물에 대한 거부이며, 궁극적으로 영국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을 상징했다 - 70


실제로 다수의 민간인은 고통스러울 수 있으나, 전쟁은 일부 부르주아 혹은 일부 국가들에 막대한 부를 창출해준다. 자본주의는 전쟁과 가까울 수밖에 없다. 전쟁은 자본주의 국가들을 유혹한다. 사실 오늘날의 자본주의를 유지해주는 핵심 요소는 두 가지다. 하나는 전쟁이고, 다른 하나는 유행이다. 전쟁과 유행은 자본주의라는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쌍둥이 형제라 할 수 있다. 전쟁이 공급과잉의 문제를 단번에 해소하듯, 유행은 필요를 뛰어넘는 막대한 소비를 창출해서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한다.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옷과 핸드백들이 매년 옷장 구석에 쌓여가거나 쓰레기통으로 향한다. 전쟁과 유행 없이 자본주의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 77


우리는 보통 역사를 영웅사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영웅사관이란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능력을 초월하는 천재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특정 인물이 역사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이라고 보는 관점이다. 이와 반대되는 역사관이 민중사관이다. 민중사관은 역사를 이끌어가는 주체를 민중으로 본다. 우리가 세계대전을 영웅사관의 시각으로 본다면, 세계대전을 일으킨 사람은 히틀러가 된다. 반면 세계대전을 민중사관의 시각으로 본다면, 세계대전을 일으킨 원인은 경기침체의 고통을 극복하고자 했던 독일 민족의 의지가 된다. 영웅사관과 민중사관은 어느 것은 옳고 다른 것은 그르다기보다는, 역사 해석을 다채롭게 해주는 역사 사유의 두 시각이라고 하겠다 - 89


'국가'는 요청된다. 국가라는 개념은 신의 개념과 마찬가지로 지배를 정당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리고 특히 '애국'에 대한 강요는 지배자들을 편리하게 한다. 그래서 애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장려되고 교육된다. 애국자와 국가유공자에 대한 보상과 기념 절차에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이루어지고, 사회는 이들을 지칭하는 어휘를 검열하고 교정한다. 반대로 애국과 거리가 먼 사람들에게는 공공연한 정치, 사회적 압력이 가해지고, 이들을 지칭하는 어휘들에는 거칠고 모욕적이며 배타적인 언어들이 허용된다. 그러나 '국가'에 대한 요청은 자본주의만의 특성은 아니다. '신'을 요청할 수 없는 모든 지배 권력은 애국을 장려한다. '신'과 '국가'에 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신'과 '국가'에 대해 객관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이 '신'과 '국가'의 존재를 부정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신'과 '국가'의 객관적인 의미를 초월해서 사회, 정치적으로 과장되고 포장된 의미가 나에게 강요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신중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 101


사람은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야만 한다는 인간적 한계로 인해서,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을 나름대로 해석하며 살아간다. 자신이 경험한 만큼의 세상만을 이해하며 사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과거를 상상할 때, 과거의 사람들도 우리와 비슷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비슷하게 생각하고, 비슷하게 느끼고, 비슷하게 소비했다고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세계는 신자유주의라는 매우 소비적이고 시장중심적인,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매우 독특한 세계다. 신자유주의 체제에 살지 않았던 과거의 사람들은 우리와는 너무도 다르게 살았을 것이다. 다른 세계에서 산 만큼 지금의 우리와는 다르게 생각하고, 느끼고, 생활했을 것이다. 지적 대화를 위한 첫 여행지가 역사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내가 발 딛고 있는 세계가 매우 독특한 세계임을 아는 것, 내가 사는 세계가 지금까지의 인류 전체가 살아왔던 평균적이고 보편적인 삶의 모습은 아님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이 독특한 세계에 발 딛고 서 있는 독특한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왜곡된 '세계'에 서 있는 왜곡된 '나'를 이해하는 것, 이것이 지적 대화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준비다 - 104


빈부격차가 커지는 원인은 잉여생산물이 아니라 생산수단에 있는 것이다. 생산수단이 발생시키는 사회적 영향력 때문에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이 생산수단을 가지지 못하게 했다. 대신 자본가의 생산수단을 빼앗아서 노동자에게 돌려주려고 했다. 노동자가 생산수단을 공동 소유하고 국가가 이를 관리하는 것이다. 이렇게 국가가 생산수단을 관리하는 것을 '국유화'라고 한다. 반대로 개인이 생산수단을 소유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민영화'라고 한다 - 125


초기 자본주의는 시장의 자유만이 존재하는 경제체제다. 그리고 후기 자본주의는 초기 자본주의이 문제점을 극복하여 등장하는데, 시장의 자유를 축소하고 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경제체제다. 다음으로 신자유주의는 후기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비판하며 등장하는데, 정부의 개입을 축소하고 시장의 자유를 확대하려는 경제체제다. 마지막으로 공산주의는 시장의 자유는 인정하지 않고, 정부의 강력한 개입과 통제만이 존재하는 경제체제다 - 127


수요는 없는데 물가는 오르는 상황, 다시 말해, 경기는 침체하는데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이 상황을 어려운 말로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이런 거지 같은 상황은 우리가 앞에서 봤던 자본주의의 특성으로 인해 발생했던 상황과 정반대다 - 142


공산주의는 쉽게 말해서, 생산수단을 노동자들이 공동 소유하자는 이념이다. 생산수단을 공동 소유하려는 것은 생산수단을 개인이 독점하면 그 사람이 권력을 갖고, 타인을 지배하고 착취하기 때문이다.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를 없애기 위해서는 생산수단을 누군가 독점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생산수단이 국가에 의해 관리된다 - 159


사회,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고 노동자 중심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주체를 노동자 스스로 보는 입장을 공산주의라고 한다. 반면 노동자는 실제로 스스로를 극복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엘리트계급 또는 부르주아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내려놓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해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사회주의라 한다. 이는 누가 사회를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입장 차이로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를 구분하는 것이다 - 163


성장과 분배는 기본적으로 반비례의 관계를 갖는다. 성장을 추구하면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반대로 분배를 추구하면 성장에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성장이나 분배를 주장하는 입장이 다른 입장을 절대적으로 거부하거나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성장을 주장하는 입장은 우선 성장을 시키고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분배를 주장하는 입장은 우선 분배가 이루어져야 성장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성장과 분대를 대립되고 모순되는 개념은 아니다. 문제는 시기다. 언제 분배할 것인가? '우선' 분배하자는 입장과 '이후'에 분배하자는 입장의 거리가 너무도 멀어 보인다. 당장 오늘의 삶이 궁핍한 이에게 이후에 찾아올 미래 사회의 성장은 무의미하다. 또한 다국적 기업의 위협에 전력을 다해 저항하며 기술의 발전을 위해 힘쓰는 기업에 우선적인 분배를 위한 세금 인상은 기술 투자 의욕을 저하시킨다 - 180


신자유주의는 정부의 개입을 비판하고 시장의 자유를 중시하는 체제다. 신자유주의가 그나마 최선의 체제이므로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은 현재의 사회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그래서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 입장을 '보수' 혹은 '우파'라고 한다. 보수란 안정 지향적인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신자유주의를 유지하려는 입장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새로운 것과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지금의 신자유주의를 옹호한다면 보수에 속한다고 하겠다 - 197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입장을 '진보' 혹은 '좌파'라고 한다. 이들은 시장의 자유를 중시하는 신자유주의의 입장을 비판하고, 정부의 개입이 필요함을 주장한다. 그런데 정부의 개입을 추구하는 입장은 매우 다양하다. 대표적으로는 후기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있다. 사회주의, 사회민주주의도 여기에 포함되고, 아예 산업화나 국가 자체를 비판하는 환경주의자나 무정부주의자들도 신자유주의를 거부한다는 점에서 진보에 포함된다. 이와 같이 정부의 개입을 추구한다는 공통점으로 인해 진보는 전혀 다른 체제들을 동시에 지칭하게 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예를 들어 후기 자본주의는 분명히 시장을 인정하는 자본주의 체제다. 반면에 공산주의는 시장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체제다. 이렇게 이질적인 두 체제는 신자유주의를 비판한다는 공통점으로 인해 함께 진보로 지칭된다. 다만 오늘날 일반적으로 진보라 할 때 그것이 지칭하는 것은 후기 자본주의나 사회민주주의다 - 198


각각의 정치 이념이나 정당들은 스스로를 상징하는 차별적인 색상을 가지고 있다. 역사적 측면을 고려할 때, 세계적으로 자유주의는 파랑색을, 사회주는 빨간색을 상징색으로 사용해왔다. 그 기원은 프랑스 대혁명에 있다. 프랑스 국기인 삼색기가 파랑, 흰색, 빨강으로 나뉘어 있는 것도 이와 연결된다. 이 삼색기는 절대왕정에 저항한 시민혁명 정신을 표상하고 있다. 각각의 색깔은 자유, 평등, 박애를 상징한다. 즉 파랑은 자유, 흰색은 평등, 빨강은 박애인 것이다. 우선 공산주의가 빨강을 상징색으로 선택하면서 자연스럽게 자본주의는 자유를 상징하는 파랑을 선택하게 되었다. 이러한 색상에 의한 이념 표식은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어왔다 - 212


자본가와 노동자는 사회에서 가장 대립적이고 첨예한, 화해할 수 없는 경제집단이다. 사회를 자본가와 노동자의 대립으로 구분하는 시각을 갖는 것은 사회 현상을 명료하게 이해하는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방법이다. 더 단순하게 말하면, 사회의 모든 문제는 자본가와 노동자의 대립에서 발생한다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보수와 진보의 개념도 정확히는 자본가와 노동자의 이익 대립에서 발생하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 권위와 부에서 앞서 가는 자본가의 목표는 뒤따라오려는 노동자와의 차이를 더 벌리거나 유지하는 것이고, 권위와 부를 가지지 못한 노동자의 목표는 앞서 가는 자본가와의 거리 차이를 좁히는 것이다. 궁긍적인 측면에서 노사의 협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노사가 협력했다고 할 때, 그것의 실제 의미는 노조와 사측 중 누군가는 이익이 되었고 누군가는 손해를 감수했다는 것이다.  혹시나 노조와 사측이 이익의 절충안을 찾았다 할지라도, 그것은 단기적이고 불안한 적과의 동침일 수밖에 없다. 자본가의 이익을 우선할 것이냐, 노동자의 이익을 우선할 것이냐에 대한 정치적 입장이 보수, 진보 구분의 본질이다 - 222


사회에서 발생한 특정 사안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 신문을 보고 정보를 검색하는 것은 실제 그 사안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회 문제를 보수와 진보로 구분하지 못하고, 자본가와 노동자의 대립으로 구분하지 못하고, 시장의 자유와 정부의 개입 간의 갈등으로 구분하지 못하고, 세금의 인상과 인하의 관점에서 보지 못하는 사람은 세상이 혼란스럽고 복잡하며 어렵다 - 237


엘리트주의, 독재는 치명적인 한계를 갖는다. 그것은 잘 알려진 것처럼 소수에 의한 정치는 최고 권력자를 쉽게 타락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불완전하고 갈등이 끊이지 않는 체제임에도 불구하고 현대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채택되고 유지되는 것은 인류가 역사적 경험들을 통해 소수의 독재가 얼마나 치명적인 문제점과 한계를 갖는지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고대와 중세의 절대군주 아래서 백성들은 노예였으며, 근현대에 등장한 독재자들, 독일의 히틀러, 소련의 스탈린, 중국의 마오쩌둥, 북한의 세습적 독재자들은 개인적 실책과 부패로 인해 민중을 폭력적 상황에 처하게 만들었다 - 261


이상적 개인에 의한 이상적 정치는 실현 불가능하다. 독재자나 민주주의자나 어쩔 수 없이 특정 집단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고, 이로써 필연적으로 소외되고 희생되는 집단이 생긴다. 모두를 만족시킬 이상적인 정치는 없다. 따라서 이상적인 독재자, 엘리트는 불필요하다. 정치에서 요구되는 것은 뛰어난 인물이 정답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이익에서 충돌하는 이해당사자들이 대화의 협의를 통해 이견을 조율할 절차가 마련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익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정치에 직접 참여할 여건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는 엘리트주의의 비현실성을 압도한다 - 264


개인주의는 국가나 사회보다 개인이 어떠한 식으로 우선한다는 사상을 말한다. 반면 집단주의는 개인보다는 국가나 사회가 더 우선한다는 사상이다. 개인주의나 집단주의는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따지기 어려운 이념과 신념의 측면을 갖는다. 사실상 이 두 가지 견해는 상호 논박되지 않는다. 다만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으나, 일반적으로 개인주의는 서구에서 지지되어왔고, 집단주의는 동양에서 지지되어온 측면이 있다 - 301


대중은 정직하고 순박해서, 미디어와 사회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사실만이 진짜 사실이라 믿고, 그들이 자신을 속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미디어가 보여주는 세계 이면에 대해 의심하는 행위를 무가치하고 반사회적인 행위인 양 거부한다. 의심 없는 대중은 사회와 미디어의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 하고, 그들이 욕하는 대상을 같이 욕하고, 그들이 칭찬하는 대상을 같이 칭찬하며, 웃기면 웃고, 울리면 운다. 하지만 단적으로 말해서 당신의 삶이 현재 비참한 상태에 놓여 있다면, 재벌기업의 특정 제품이 세계 점유율 1위가 되고 스포츠 스타가 세계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은 당신에게 절대 중요한 일이 아니다. 미디어가 재벌기업과 스포츠 스타를 칭찬하고 열광하는 모습을 반영한다고 해서, 그 열광을 앵무새처럼 따라 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내 고등학생 자녀가 자기 반에 전교 1등이 있다고 나에게 자랑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 327


의무론과 목적론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시간성을 토대로 이해해 볼 수도 있다. 시간의 과거, 현재, 미래의 직선을 생각해보자. 현재의 행위를 할 때, 과거부터 주어져 있는 의무를 고려해서 행동한다면 의무론자가 되는 것이고, 미래에 발생할 결과를 고려해서 행동한다면 목적론자가 되는 것이다. 결과를 고려한다는 점에서 목적론을 '결과주의'라고도 부르고, 결과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무론을 '비결과주의'라고 부르기도 한다 - 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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