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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편의점 인간'은 우리와 똑같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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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편의점 인간'의 저자 무라타 사야카는 1979년 일본 지바 현 인자이 시에서 태어나 다마가와 대학 문학부 예술학과 재학 시절부터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에도 취업을 하지 않은 무라타 사야카는 18년째 편의점에서 일하며 틈틈히 소설을 썼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이야기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도달할 수 없는 곳에 가보고 싶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2003년 '수유'로 제46회 군조신인문학상을 수상한 무라타 사야카는 2009년 '은빛의 노래'로 제31회 노마문예신인상, 2016년 '편의점 인간'으로 제155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 책을 읽은 이유


20대 초반 살던 곳을 떠나 새로 살게 된 집 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저녁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당시 패밀리마트라는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편의점 내에서만 만날 수 있는 세상을 보았다. 이후 군대 가기 전까지 편의점에서만 약 1년이 넘게 일했었는데 무려 18년을 편의점에서 일했던 작가의 소설을 알게 돼 구매했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의 편의점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여 책을 읽게 되었다.


# 줄거리


'편의점 인간'에서는 18년 간 스마일아트 히이로마치 역전점이라는 편의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게이코라는 주인공이 나온다. 게이코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게 직장을 따로 구하지 않고 결혼을 하기 위해 연인을 만들지도 않았다. 어린시절 눈 앞에서 죽었던 새를 왜 잡아먹지 않고 흙에 묻었는지 이해를 못했던 게이코는 이후 어른이 되어서도 사회와 사람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 그녀에게 있어 편의점이란 보통 사람들처럼 행동할 수 있는 안식처였다. 하지만 여동생이나 친구를 만나면서 지금의 일상이 불안해진 게이코에게 시라하라는 남성이 나타났다. 세상을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시라하는 게이코와 이야기를 나누다 그녀와 함께 살게 되고 형식적인 연인 관계를 맺는다. 


연인이 있어 보통 사람들과 똑같이 되는 줄 알았던 게이코는 결국 18년간 다녔던 편의점을 그만뒀다. 오랜 시간동안 편의점만을 생각했던 그녀는 하루종일 집에 있거나 다른 직장을 알아보려는 자신을 낯설어한다. 


면접을 보러 가기 전 들렸던 한 편의점에서 엉망진창된 꼴을 보자 게이코는 결국 참지 못하고 그곳에서 일을 도우게 된다. 편의점만이 진정한 내 모습이 있다고 깨달은 게이코는 결국 시라하와 헤어지고 다시 편의점으로 돌아간다.


책을 읽으면 게이코는 말의 힘에 대해 강조한다. 가까이에 있는 상대의 말투와 성격에 따라 자신도 역시 비슷하게 바뀐다는 얘기가 어느정도 공감이 갔다. 나는 물론이고 주변을 보면 어떤 사람이 있냐에 따라 그 사람의 성격과 가치관이 바뀐다. 그렇기에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보다 목표를 가지고 긍정적인 성격을 보유한 사람과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인생을 더욱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느낀 점


'편의점 인간' 속 세상은 실제 세상과 다를 게 없다. 나이가 찼음에도 계속 편의점 아르바이트만 하고 결혼을 하지 않는 게이코는 자신의 친구들에게 이상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 몸이 아프다는 거짓말을 한다.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보통 사람들의 기준에서 벗어나면 이단자라고 이야기하는 시라하의 말처럼 실제 세상도 크게 다를 게 없다.


하지만 게이코처럼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진정한 자신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로 직업을 구하지 않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만을 하며 애인 한 번 사귀지 않은 게이코이지만 그녀는 결국 자신이 오래도록 일했던 곳으로 다시 돌아갔다. 비록 사람들이 말하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모습이지만 서로 다를 뿐 틀린 것은 아니다.


편의점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기에 '편의점 인간' 속 게이코가 이야기하는 편의점 속 모습이 공감이 많이 갔다.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읽었기에 오랜 친구와 다시 재회한 느낌이었다. 우리의 세상도 나이가 어느 정도 들었음에도 편의점에서 일만 하거나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을 이단자로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게 비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편의점 인간'을 읽으며 깨닫게 됐다.


# 기억하고 싶은 구절


어머니는 "이 새는 작고 귀엽지? 저쪽에 무덤을 만들고, 모두 함께 꽃을 바치자꾸나" 하고 열심히 말했고, 결국 그 말대로 되었지만,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모두 입을 모아 작은 새가 불쌍하다고 말하면서, 흐느껴 울며 그 주위에 핀 꽃줄기를 억지로 잡아 뜯어 죽이고 있었다. "아름다운 꽃이네, 분명 작은 새도 기뻐할 거야"라고 말하는 광경을 보고 있자니 다들 머리가 이상한 것 같았다. 작은 새는 '출입금지'라고 적힌 나무 울타리 안쪽에다 판 구덩이에 묻혔다. 누군가가 쓰레기통에서 주워 온 아이스크림 막대기가 흙 위에 꽂히고, 꽃 시체가 듬뿍 바쳐졌다. "자, 게이코, 어떠니? 슬프고 불쌍하지." 어머니는 몇 번이고 나에게 들리도록 속삭였지만, 나는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 13


'손님'이 이렇게 소리를 내는 생물인 줄은 미처 몰랐다. 울려 퍼지는 발소리에 목소리, 과자 봉지를 바구니에 던져 넣는 소리, 차가운 음료가 들어 있는 냉장고 문 여는 소리, 나는 손님들이 내는 소리에 압도당하면서도 지지 않으려고 "어서 오십시오!"를 되풀이해서 외쳤다. 어쩌면 모조품이 아닐까 싶을 만큼 아름답게 진열되어 있던 음식과 수북이 쌓여 있던 과자 무더기가 '손님'의 손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허물어져갔다. 왠지 모르게 가짜 같아 보이던 가게가 그 손으로 생생하게 척척 모습을 바꾸어가는 것 같았다 - 24


나는 종종 탁상 계산기로 그날부터 지난 시간을 계산해 볼 때가 있다. 스마일아트 히이로마치 역전점은 하루도 쉬지 않고 불을 켠 채 계속 돌아가고 있다. 요전 날 가게는 열아홉 번째 5월 1일을 맞았으니까 그로부터 15만 7,6000시간이 지난 셈이다. 나는 서른여섯 살이 되었고, 가게와 정원으로서의 나는 열여덞 살이 되었다. 그날 나와 함께 연수를 받은 점원은 이제 한 사람도 남아 있지 않다. 점장도 여덟 명째다. 가게의 상품도 그날의 물건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점원으로 남아 있다 - 28


대다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하고 나는 생각한다. 전에 스가와라 씨의 밴드 동료들이 가게에 얼굴을 내밀었을 때 그 여자들의 옷차림과 말투는 스가와라 씨와 비슷했고, 사사키 씨도 이즈미 씨가 들어온 뒤로는 "수고하십니다!" 하는 말투가 이즈미 씨와 똑같아졌다. 이즈미 씨가 전에 일했던 가게에서 친하게 지냈다는 주부가 일을 도우러 왔을 때는 옷차림이 이즈미 씨와 너무 비슷해서 착각할 뻔했을 정도다. 내 말투도 누군가에게 전염되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 전염하면서 인감임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35


빨리 편의점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편의점에서는 일하는 멤버와 일원이라는 게 무엇보다 중요시되고, 이렇게 복잡하지도 않다. 성별도 나이도 국적도 관계없이, 같은 제복을 몸에 걸치면 모두 '점원'이라는 균등한 존재다. 시게를 보니 오후 세 시였다. 이제 슬슬 계산대의 정산이 끝나고, 은행에서 돈 바꾸는 일도 끝나고, 빵과 도시락이 트럭으로 배달되어 진열되기 시작할 무렵이다. 떨어져 있어도 편의점과 나는 연결되어 있다. 멀리 떨어진, 빛으로 가득한 스마일마트 히이로마치 역전점의 광경과 그곳을 가득 채우고 있는 웅성거림을 선명하게 머리에 떠올리면서, 나는 계산기를 두드리기 위해 가지런히 손톱을 누른 손을 무릎 위에서 가만히 어루만졌다 - 50


눈앞에 있는 손님의 모습이 18년 전 내가 처음 계산을 맡았던 나이 지긋한 여자의 모습과 겹친다. 그 할머니도 지팡이를 짚고 날마다 가게에 왔지만 언제부턴가 오지 않았다. 몸이 더 나빠졌는지 이사를 가버렸는지, 우리로서는 알 도리가 없다. 하지만 나는 확실히 그날과 똑같은 장면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로부터 육천육백일곱 번, 우리는 똑같은 아침을 맞고 있다. 비닐봉지 안에 조심스럽게 달걀을 담는다. 어제 판 것과 같지만 다른 달걀을 담는다. 손님은 어제 넣은 것과 같은 비닐봉지에 같은 젓가락을 넣고 같은 잔돈을 받아 들고 같은 아침을 미소 짓고 있다 - 90


정상 세계는 대단히 강제적이ㅓ서 이물질은 조용히 삭제된다. 정통을 따르지 않은 인간은 처리된다. 그런가? 그래서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고치지 않으면 정상인 사람들에게 삭제된다. 가족이 왜 그렇게 나를 고쳐주려고 하는지, 겨우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98


시라하 씨 말대로 세상은 조몬시대인지도 몰라요. 무리에 필요 없는 인간은 박해받고 경원당하죠. 그러니까 편의점과 같은 구조예요. 편의점에 필요 없는 인간은 교대 근무가 줄어들고, 그러다가 결국은 해고를 당하죠. 편의점에 계속 있으려면 '점원'이 될 수밖에 없어요. 그건 간단한 일이에요. 제복을 입고 매뉴얼대로 행복하면 돼요. 세상이 조몬이라면, 조몬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보통 사람이라는 거죽을 쓰고 그 매뉴얼대로 행동하면 무리에서 쫓겨나지도 않고, 방해자로 취급당하지도 않아요. 그러니까 모든 사람 속에 있는 '보통 인간'이라는 가공의 생물을 연기하는 거예요. 저 편의점에서 모두 '점원'이라는 가공의 생물을 연기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죠 - 111


나는 어딘가에서 변화를 바라고 있었다. 그것이 좋은 변화든 나쁜 변화든, 교착상태에 빠진 지금보다는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 시라하 씨는 대답하지 않은 채, 눈앞에 놓인 커피의 검은 수면을 구멍이라도 뚫고 있는 것처럼 심각한 태도로 들여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 113


무리에 도움이 되지 않은 인간에게 프라이버시 따위는 없습니다. 모두 얼마든지 흙발로 밀고 들어와요. 결혼해서 아이를 낳거나 사냥하러 가서 돈을 벌어 오거나, 둘 중 하나의 형태로 무리에 기여하지 않는 인간은 이단자예요. 그래서 무리에 속한 놈들은 얼마든지 간섭하죠 - 125


내가 음식을 씹는 소리가 이상하게 크게 들렸다. 좀 전까지 편의점의 '소리' 속에 있었기 떄문인지도 모른다. 눈을 감고 가게를 머리에 떠올리자, 편의점의 소리가 고막 안쪽에 되살아났다. 그것은 음악처럼 내 속을 흐르고 있었다. 내 안에 새겨진 소리, 편의점이 연주하고 편의점이 작동하는 소리 속에서 흔들리면서 나는 내일 또 일하기 위해 눈앞의 먹이를 몸속에 채워 넣었다 - 147


투안 군은 점점 점원이 아니게 되어간다. 모두 제복을 입고 전과 똑같이 일하고 있지만, 전보다도 더 점원이 아닌 듯한 느낌이 든다. 손님들만은 변함없이 가게에 오고, '점원'으로서의 나를 필요로 해준다. 나와 같은 세포라고 여겼던 사람들이 모두 차츰 '무리의 수컷과 암컷'이 되어가고 있는 불쾌감 속에서 손님들만은 나를 계속 점원으로 있게 해주었다 - 151



편의점 인간 - 10점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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