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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책 추천 : 유시민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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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 : 유시민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있어 글쓰기를 잘하는 사람을 존경한다. 특히 어려운 단어와 문장보다는 누구나 알기 쉽게 풀어쓰는 글을 좋아하는데 제44대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던 유시민 작가의 책은 꼭 읽는 편이다.

2013년 당시 20대 중반 시절, 유시민 작가가 출간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고 그를 알게 되었고 이후 온라인 도서 쇼핑몰에 관심작가로 지정하면서 새로 나온 작품을 대부분 읽어봤다.

이번에 출간한 책 추천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는 일명 뼛 속까지 문과인 유시민 작가(경제학 전공)가 과학 공부를 하면서 배웠던 내용을 토대로 이과가 아닌 일반인도 알 수 있게 풀어냈다.

부제 '나는 무엇이고 왜 존재하며 어디로 가는가?'라는 말처럼 책 속에는 인문학과 과학, 뇌과학, 생물학, 화학, 물리학, 수학으로 총 6개의 주제를 인문학 측면에서 담아냈다.

파이만, 세인스, 도킨스, 코페르니쿠스, 다윈,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스라파, 마르크스, 애덤 스미스, 새뮤얼슨 등 경제학자에 대한 내용이 나오며 칸트, 패러데이, 맥스웰, 플랑크, 맹주, 묵가, 양주, 맬서스, 왈슨, 카슨, 에라토테네스, 유클리드, 힐베르트, 괴델, 가우스 등 오래 전 교과서에서 봤던 위인들을 소개하며 과학과 문과를 접목시킨다.

유시민 작가와 마찬가지로 한때 경제학과를 다니면서 문과였던 나에게 있어 책 추천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는 바로 알기 어려운 단어와 내용이 많아 책을 읽는데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알기 쉽게 풀어내기에 그동안 봐왔던 수많은 과학책 중에서 쉬운 편이라고 생각이 들어 저자가 얼마나 고심하면서 책을 썼을지 알 수 있었다.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는 과학과 함께 인문학을 접목시킨 내용을 담아냈으며, 유시민 작가가 실제 겪어왔던 이야기와 생각을 담아내 한 편의 에세이 책을 읽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이과를 다녔거나 현재 과학과 관련된 직업에 종사하는 분들이라면 대부분 아는 내용이 많겠지만, 평소 과학, 물리학, 수학 등에 관심이 많거나 경제학, 인문학을 과학과 함께 담아낸 유시민 작가만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면 베책 추천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를 일독하자.

※ 기억하고 싶은 구절

인간의 몸이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세균과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와 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시대에도 생명의 유래와 우리 존재의 이유와 인간의 본성과 죽음의 실체에 대한 질문에 대답해야 했다.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인간의 본성은 선한가 악한가? 어떤 삶이 훌륭한가? 죽은 뒤에 어디로 가는가? 어떤 힘이 사회 질서와 문화를 바꾸는가? 역사에 정해진 방향이 있는가? 국가의 도덕적 이상은 무엇인가?' - 28

사람들은 인문학을 무시하기도 하고 인문학에 과도한 기대를 걸기도 한다. 망상에 가까운 예찬론을 펼치는 사람도 있다. 무시하는 이들은 인문학을 쓸데없는 짓이라고 말한다.

'인문학은 진리인지 여부를 판별할 객관적 기준이 없다. 생산력 향상에 도움 되지 않는다. 인문학 전공자에 대한 시장 수요가 줄어든 현실에 맞추어 고등교육을 과학과 공학 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 과학혁명의 시대에 인문학이 무슨 쓸모가 있느냐' 인문학이 인간을 구원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정반대 논리를 펼친다.

'세계의 위대한 정치 지도자는 모두 인문학을 깊게 공부했다.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인문학을 공부해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생존할 수 있다.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를 비롯해 정보통신혁명을 주도한 기업인과 엔지니어들은 인문학을 공부한 덕에 필요한 상상력을 키울 수 있었다.인문학은 인격의 성숙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세속의 성공도 가져다주는 만능열쇠다'

어느 쪽이 맞을까? 둘 다 틀렸다고 본다. 인문학은 생존의 도구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이해하려고 만든 학문이다 - 37

'나는 무엇인가?' 대답은 분명하다. '나는 뇌다' 이것은 사실을 기술한 과학의 문장이 아니라 자아의 거처를 드너래는 문학적 표현이다. 뇌는 물질이지만 철학적 자아는 물질이 아니다. 내가 뇌일 수는 없다.

그런데도 굳이 그렇게 말한 것은 뇌를 떠나서는 철학적 자아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소유욕부터 경쟁심, 구애 행동, 타인에 대한 공감과 연민, 예술적 창조, 낯선 것에 대한 경계, 자존감, 불안, 공포, 외로움, 복수심에 이르기까지 철학적 자아의 모든 감정과 생각은 뇌가 작동해서 생긴다.

뇌의 구조와 작동 방식을 모르고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을 이해할 수가 없고, 호모 사피엔스의 본성을 모르면 자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말한다. '나는 뇌다' - 47

어느 대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직원 평균 연봉의 1,000배를 가져가는 것은 생산에 1,000배를 더 기여해서가 아니다.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똑같은 작업을 하는 원청 소속 노동자의 절반 수준 시급을 받는 것은 중간착취와 불평등을 허용하는 제도 때문이지 생산 기여도가 낮아서가 아니다.

한계생산력분배이론의 신경세포와 작동 원리를 물리법칙 형식으로 만들어 신경세포와는 무관한 경제현상에 적용한 데서 생겼다. 아름다운 수학을 썼다고 해서 진리가 되는 건 아니다.

그런데도 경제학자들은 여전히 그 이론을 강단에서 가르치고 대중에게 전파한다. 부자가 좋아하는 우화를 퍼뜨리면 보상이 따라온다는 것 말고는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 62

우리의 자아는 단단하지 않다. 지진으로 흔들리는 땅 위에서 해일과 폭풍우를 맞으며 서 있다. 흔들리고 부서지고 퇴락해 사라질 운명이다. 자유의지는 그런 곳에 기거한다. 있다고 말하기엔 약하고 없다고 하기엔 귀하다.

그래서 나는 자유의지라는 것이 있다고도 없다고도 확언하지 못하겠다. 뇌과학을 조금 알고 나니, 나를 포함해 어떤 인간도 무한 신뢰하거나 무한 불신하지 않게 되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도 마찬가지다. 사랑하기에 흉하고 절멸하기에는 아깝다. 그 운명이 어찌 될지 나는 알지 못하고 책임질 수도 없다.

단지 나 자신의 삶 하나를 스스로 결정하려고 애쓸 따름이다. 악과 누추함을 되도록 멀리하고 선과 아름다움에 다가서려 노력하면서, 내게 남은 길지 않은 시간을 살아내자. 이것이 내가 뇌과학에서 얻은 인문학적 결론이다 - 100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나는 인문학이 준 이 질문에 오랫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생물학을 들여다보고서야 뻔한 답이 있는데도 모르고 살았음을 알았다.

'우리의 삶에 주어진 의미는 없다', 주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찾지 못한다. 남한테 찾아 달라고 할 수도 없다. 삶의 의미는 각자 만들어야 한다. '내 인생에 나는 어떤 의미를 부여할까?', '어떤 의미로 내 삶을 채울까?' 이것이 과학적으로 옳은 질문이다.

그러나 과학은 그런 것을 연구하지 않는다. 질문은 과학적으로 하되 답을 찾으려면 인문학을 소환해야 한다. 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인문학의 존재 이유이자 목적이다 - 127

수학, 게임이론, 동물행동학, 유전학 등 여러 학문의 도구와 문제의식을 결합한 ESS 모델은 사회제도의 구조와 결함을 진단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문학을 사회생물학의 하위 분야로 편입할 수 있다는 증거가 되는 건 아니다. 인간의 의식과 행동에 자연선택이 만든 생물학적 기초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만으로 인간과 사회를 다 설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윌슨의 견해를 온건한 형태로 받아들인다. '인문학과 생물학 사이에 차원을 나누는 경계는 없다. 인문학은 인간 의식과 행동에 대한 생물학의 연구 결과를 적극 받아들여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 정도만 해도 윌슨 선생은 만족할 것이다 - 147

유전자는 친족이타주의를 설계하지 않았다. 유전자는 그 무엇도 설계하지 않는다. 그저 자기를 복제할 뿐이다. 일꾼개미와 여왕개미의 분업은 유전적 우연과 자연선택이라는 필연의 산물이다.

대부분의 동물이 출산과 양육을 통해 헌신하도록 진화한 것은 자식을 잘 돌보도록 하는 유전자를 가진 개체의 번식 성공률이 그렇지 않은 개체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자연선택은 어떤 종 어떤 개체한테도 특권을 주지 않으면 진화는 특정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자식을 돌보는 것과 형제자매를 사랑하는 것이 훌륭해서 우리가 그렇게 하도록 진화한 것이 아니다.

해밀턴은 그 모든 형태의 친족이타주의에 유전 연관도라는 생물학적 기초가 놓여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나는 그 이론에서 물질의 증거를 토대로 대상의 보이지 않는 실체에 다가서는 과학의 매력을 보았다 - 154

유전자는 특정 종의 생존에 관심이 없다. 모든 종의 모든 개체에 서식하고 있으니 어떤 종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에서 지구를 구하고자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들에게 공감하지만 전적으로 공감하는 건 아니다.

우리가 구해야 할 것은 지구가 아니다. 우리 자신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없을 때도 지구와 생물은 존재했다. 인류가 사라진다고 해도 지구에는 아무 문제 없다.

기후위기와 핵폭탄에서 우리 자신을 구하려면 인류 전체가 협력해야 하는데, 호모 사피엔스가 그 일을 해낼 것이라고 확신할 근거가 없다. 그래서 무언가 하긴 해야 한다. 우리 자신 말고는 누구도 우리를 구할 수 없으니까 - 159

탄소는 왜 생명의 중심이 되었을까? 과학자들이 찾은 답을 정치학 언어로 번역하면, 탄소는 '유능한 중도'여서 성공했다. 중도는 좌우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는다. 가끔 치우치는 경우에도 슬쩍 편을 드는 정도에 그칠 뿐 극단으로 가지는 않는다.

열정이 있어도 몰입하지 않으며, 원칙을 지녔지만 독선에 빠지지 않는다. 싸움을 먼저 걸지는 않아도 누가 싸움을 걸면 피하지 않는다.

무능한 중도는 극단에 휘둘리지만 유능한 중도는 좌우를 통합한다. 탄소는 유능한 중도의 대표 사례다. 사람으로 치면 성격이 온화하고 태도가 유연하다.

남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내지만 필요할 때는 원만한 관계를 맺는다. 남이 원하는 것을 주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다. 무엇이든 되는 쪽으로 일을 만들어 나간다 - 188

내 몸은 탄소가 중용의 도를 지킨 덕분에 존재한다. 탄소를 함유한 물질은 검은색을 띠는 경우가 많다. 탄소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는지 알고 나자 검은색에 대한 느낌이 달라졌다.

탄소 때문에 검은지 다른 이유로 검은지느 중요하지 않다. 숯불에 고기를 굽다가 손과 얼굴에 검댕이 묻어도 예전처럼 질겁하며 닦아내지 않는다.

어두운 내 피부색에 대한 불만도 줄었다. 조문을 가려고 검정 넥타이를 맬 때 탄소를 생각하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나는 과학의 사실에서 별 근거 없는 감상을 함부로 끌어내는 습관이 있다. 과학 공부를 해도 운명은 바뀌지 않는다. 나는 문과다 - 192

엔트로피 법칙은 우주의 묵시록이다.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진다. 나는 러셀의 말에 공감한다. 신을 믿어야 할 이유는 없다. 엔트로피 법칙은 영원성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고 말한다. 이 우주에는 그 무엇도, 우주 자체도 영원하지 않다.

오래간다고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존재의 의미는 지금, 여기에서, 각자가 만들어야 한다. 우주에도 자연에도 생명에도 주어진 의미는 없다. 삶은 내가 부여하는 만큼 의미를 가진다.

길든 짧든 사람한테는 저마다 남은 시간이 있다. 나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을 조금 덜어 이 책을 썼다. 쓰는 동안 즐거웠다. 남들과 나누면 더 좋을 것 같다. 그게 전부다 - 256

나는 스무 살부터 30년 동안 인문학만 공부했다. 과학자들이 찾아낸 우주의 자연과 생명과 인간에 대한 사실을 모르고 살았다. 중요한 사실만이라도 알았더라면 어렵지 않게 답을 찾을 수 있었을 질문까지 다 껴안고 때로는 출구 없는 미로에서 방황했다.

답이 아닌 것을 정답이라 여기며 시간과 열정을 헛되이 소모했다. 주어진 환경에서, 운명으로 받은 모든 것을 껴안고, 존재의 의미를 찾으려고 최선을 다하려다 그랬던 것이다 후회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간다면 인문학과 함께 과학도 공부하고 싶다. 인생의 막바지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이런 아쉬움을느끼는 문과가 없기를 바라면서 과학에 관한 인문학 잡담을 마친다 - 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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