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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마타 하리는 정말 이중 스파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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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우리나라 애서가들에겐 유명한 '연금술사'의 저자인 파울로 코엘료는 전 세계 170개국 이상 81개 언어로 번역되어 2억 1천만 부가 넘는 판매를 기록한 우리 시대의 가장 사랑받는 작가로 첫 작품은 '순례자'이다. 이후 '브리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아크라 문서', '불륜'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가 지난 2009년에 쓴 '연금술사'는 한 권의 책이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작가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 책을 읽은 이유


책을 한창 읽기 시작할 때 우연히 파울로 코엘료라는 작가를 알게 됐다. 그 후 그가 쓴 책이라면 필독서로 넣을 만큼 대부분 구매했지만 막상 책을 끝까지 읽어본 적이 없었다. 나에겐 아직 어렵기도 했고 작품마다 길지는 않았으나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파울로 코엘료가 '스파이'라는 신간을 낸다는 소식에 다시 도전하고자 읽게 됐다.


# 줄거리


파울로 코엘료의 '스파이'에서는 실존 인물인 마타 하리라는 인물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본명은 마가레타 거트루이다 젤러이나 책에서는 남편의 성을 딴 마르헤르타 마클레오트라고 나오기도 한다. 


그녀는 학창 시절 학교 교장에게 성폭행을 당한 상처를 가지고 있었으며 자신을 성적 노리개로만 생각했던 남편에 대한 아픔을 갖고 있다. 이후 그녀는 자신이 살던 암스테르담을 떠나 프랑스 파리의 한 클럽에서 밸리 댄스를 선보이며 유명세를 띄게 됐다. 


하지만 영국과 프랑스의 1차 대전이 발생하기 직전 전성기가 끝난 그녀는 스파이로 지목되어 수감하게 됐고 자신의 무죄를 알리고자 했지만 결국 파리 교외에서 총살을 당하고 해부용 시신으로 처리됐다.


# 느낀 점


2016년 국내 인터넷을 통해 화제가 되었던 페미니스트, 파울로 코엘료의 '스파이' 역시 페미니스트, 페미니즘에 대한 주제가 담겨 있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당하고 무시를 받은 마타 하리가 어떻게든 살고자 하여 벌인 일과 골칫거리를 회피하고자 거짓말을 하고 마타 하리에게 스파이 누명을 씌운 정부 고위층의 모습은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마타 하리는 자신의 전성기를 보낸 프랑스에서 버려졌다는 말을 하며 비난하면서도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과거의 영광과 그 시절의 추억과 향수를 잊지 못한 그녀는 어떻게든 파리로 돌아가려 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그 시절이 정말 행복했든 안 했든 상관없이 자신과 주위에 일어난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과거로만 돌아가고 싶었던 그녀, 수감 생활을 하면서도 자신과 관계를 맺은 남자들이 구해줄 거라는 잘못된 믿음은 인간이란 얼마나 이기적이고 잔인한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 기억하고 싶은 구절


죄가 없다? 어쩌면 이건 정확한 표현이 아닐 겁니다. 내가 너무도 사랑하는 이 도시에 첫발을 디딘 이후로 죄가 없던 때는 단 한 순간도 없었습니다. 정부 기밀을 원하는 자들을 조종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고, 독일, 프랑스, 영국, 스페인 사람들이 나라는 사람에게 저항할 수 없으리라 여겼지만 결국은 내가 조종당하고 말았습니다. 나는 내가 저지른 죄로부터 도망쳤고, 나의 가장 큰 죄는 남자들이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 자유롭고 독립적인 여성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실제로 이용한 것이라고는 상류사회 상롱에서 떠도는 풍분들뿐이었지만 나는 스파이라는 죄명을 선고받았습니다 - 26


추억은 종잡을 수 없는 단상들과 우리가 경험한 것들의 이미지로, 그리고 사소한 흔적 하나, 의미 없는 소음 하나로 지금도 숨막히게 조여오는 것들의 이미지로 가득차 있습니다. 빵 굽는 냄새가 감방으로 흘러드는 시간이면 자유롭게 카페를 오가던 날들이 새삼 떠오릅니다. 그건 나를 둘러싼 죽음에 대한 공포와 외로움보다 더욱 나를 고통스럽게 만듭니다. 


추억은 우울이라는 악마를 동반하지요. 아, 나는 그 잔인한 악마에게서 헤어날 수가 없습니다. 어느 죄수의 노랫소리를 듣는 일, 한 번도 나에게 장미와 재스민을 가져다준 적 없는 팬들에게 얼마 안 되는 편지를 받는 일, 어떤 도시에서의 한 장면, 그 당시에는 간과하고 지나쳤으나 지금은 내가 방문한 나라로부터 내게 남겨진 전부가 된 그 장면을 떠오르는 일, 추억은 항상 승리합니다. 그리고 추억과 더불어, 우울보다 더욱 무서운 악마가 다가옵니다. 회한이라는 악마. 수녀들이 방문해 잠깐 얘기할 때를 제외하면, 이 감방 안에서 나의 유일한 동반자는 회한입니다. 회한은 신에 대해 말하지 않습니다. 이 사회가 '육체의 죄악'이라고 부르는 것들을 이유로 나를 비난하지 않습니다. 그저 한두 마디 말을 건네올 뿐인데, 그러면 마치 과거로 흘러가느 이 강에 뛰어들어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것처럼 내 입에서는 추억들이 터져나옵니다 - 28


해바라기 씨앗이란다. 하지만 해바라기 씨앗 그 이상의, 네가 배워야 할 가치가 담겨 있단다. 이 씨앗들은 네가 다른 꽃씨와 구별하지 못할 때라도 언제나 해바라기도 피어날 거야. 아무리 원한대도 장미나 우리 나라의 상징인 튤립으로 변할 수는 없어. 타고난 자신의 존재를 부정한다면 죽을 때까지 고통스러운 삶을 보내게 된단다 - 32


꽃들은 우리에게 가르쳐주지. 영원한 건 아무것도 없다고. 아름다움도 시듦도 지나가고 새로운 씨앗을 남길 거야. 네가 기쁠 때나 아플 때, 슬플 때에도 그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어. 모든 것은 지나가고 늙고 죽고 새로 태어난다는 것을 - 32


내 첫번째 조언은 아주 어려운 일이고, 당신의 공연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거예요. 절대로 사랑에 빠지지 말아요. 사랑은 독이에요. 한번 사랑에 빠지면 당신은 더이상 당신의 삶을 통제할 수 없게 돼요. 당신의 심장과 머리를 다른 사람이 차지해버리죠. 당신의 존재가 위협받아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당신은 뭐든지 하고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게 될 거예요. 사랑이라고 부르는, 설명할 수 없고 위험한 그 무엇은 땅 위에서 당신이라는 존재를 완전히 쓸어버리고, 대신 그 자리에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모습만 남겨두지요 - 81


사람들은 인생이 그렇게까지 복잡하지 않다고 말하지요. 하지만 인생은 대부분 복잡한 겁니다. 단순한 건 아이스크림이나 인형을 원하는 것, 바보 같은 금속 공으로 나뭇조각을 맞히려고 애쓰며 땀흘리는 저 남자들, 집안의 가장으로서 책임이 클 저 남자들처럼 경기에서 이기기를 원하는 것이지요. 유명해지기를 원하는 건 간단하지만 명성을 한 달 혹은 일 년 이상 유지하는 것은 어려워요. 특히 그 명성이 육체와 관련되어 있을 때 더욱 그렇지요. 한 남자를 온 마음을 다해서 원하는 건 단순한 일이에요. 하지만 그 남자가 아이가 있는 유부남이고  세상 무엇과도 가족을 바꾸지 않을 사람이라면 모든 게 불가능해지고 복잡해집니다 - 82


세상 모든 것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어요. 사랑이라고 불리는 잔인한 신에게 버림받은 이들이 유죄인 이유는 그들이 과거를 바라보며 어째서 미래를 위해 그토록 수많은 계획을 세워두었는지 자문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기억을 조금 더 멀리 더듬어본다면, 씨앗이 뿌려진 날을 기억하고 그 씨앗에 거름을 주고 마침내 뽑아낼 수 없는 나무가 되기까지 키워낸 시간을 떠올리게 될 겁니다 - 83


삶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모를 때는 길을 잃는 법도 없습니다 - 86


수백만 년 동안 인간은 항상 눈으로 볼 수 있는 상대와 대화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겨우 십 년 사이에 '본다'와 '말한다'가 분리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일에 익숙해졌다고 여기고, 그것이 우리의 반사신경에 일으킨 거대한 충격은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우리의 육체는 아직 적응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로 인한 실제 결과는 말이죠. 우리가 전화기에 대고 이야기할 때 어떤 마술적 황홀경과 아주 흡사한 경지에 들어간다는 겁니다. 우리 자신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하는 거죠 - 112


난 이미 프랑스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프랑스는 내게서 단물을 빼먹고 나를 내쳤으며, 내가 처음 그곳에 갔을 때 부리던 재주를 똑같이 따라 하는 러시아 예술가들, 또는 아마도 포르투갈이나 노르웨이, 스페인 같은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을 이들을 더 애호했습니다. 저마다 자기 나라에서 배운 이국적인 무언가를 선보이기만 해도 새로운 것에 사족을 못 쓰는 프랑스인들은 바로 믿어버리고 마니까요. 아주 잠깐에 불과하지만 - 120


한 나라가 강대국이 되면 항상 지불해야 할 대가가 따릅니다.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었지만 누구에게든 런넝과 파리 중에 어느 곳으로 여행하고 싶은지 물어보세요. 의심의 여지 없이 대답은 센 강이 가로지르고, 대성당과 옷가게, 극장, 화가, 음악가들이 있는 도시, 더 대담한 사람들을 위해서는 폴리베르제르, 물랭루주, 리도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연장들이 있는 바로 그 도시일 겁니다. 무엇이 더 가치 있냐고만 물어보기만 하면 됩니다. 따분하게 생긴 시계탑과 절대로 대중 앞에 나타나지 않는 왕인지, 아니면 건축가의 이름을 따서 에펠탑이라고 이름 붙인, 유럽 전역에 알려지기 시작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탑과 기념비적 건축물인 개선문과 돈으로 살 수 있는 것 중 최고의 상품들을 내놓는 샹젤리제 거리인지 - 121


인생은 왜 나로 하여금 그토록 짧은 시간에 그토록 많은 일을 겪게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힘든 순간들을 견딜 수 있는지 보기 위하여, 나는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 알기 위하여, 내가 무언가를 경험하도록 하기 위하여, 하지만 그러기 위해 다른 방법, 다른 길이 있었을 것입니다. 영혼의 어둠 속에 빠뜨리거나 나를 인도할 단 하나의 손길도 없이 늑대들과 다른 맹수들이 우글거리는 숲속을 걸어가게 할 필요는 없었을 것입니다 - 125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리고 아침식사가 오기 전에, 지금 내가 무엇을 하려는지 아세요? 나는 춤을 출 것입니다. 음정 하나하나를 기억하며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일 겁니다. 그것이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에게 보여줄 테니까요. 나라는 자유로운 여성을! 자유야말로 내가 항상 찾아온 것이니까요. 사랑을 찾은 적은 없었습니다. 비록 사랑이 내게 왔다가 떠나갔고, 사랑 때문에 나는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했고, 나를 추적하는 자들이 있는 곳으로 갔지만요. 하지만 나 자신의 이야기를 서두르고 싶지는 않습니다. 내가 베를린에 도착한 그날 아침부터 인생은 너무 빨리 흘러갔고, 나는 그 속도에 보조를 맞추기가 힘이 듭니다 - 126


이 모든 걸 더 일찍 얘기했어야 했겠지만 나는 시간이 더 있을 줄 알았습니다. 오늘날 내가 성공한 공연 기획자가 된 건 그 날 밤 빈에서 본 모든 것에서 비롯되었을 거예요. 내일이면 내가 소속된 부대의 지휘관에게 신고하러 갑니다. 나는 당신의 공연을 보러 파리에 여러 번 갔어요. 당신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무용가'라거나 '예술가'라고 불릴 자격조차 없는 이들 때문에 마타 하리가 영역을 잃어가는 걸 보았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작업이 존중받을 수 있는 곳으로 당신을 데려오기로 결심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사랑 때문에, 오로지 사랑 때문에, 상대방이 알아주지 않을지라도 상관없는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정말로 중요한 건 사랑하는 사람 곁에 있는 것이고 그것이 나의 목적이었습니다 - 131


피아노는 정말로 화음이 틀리면 안 됩니다. 진정한 죄란 우리가 죄라고 배운 그런 것이 아니라, 완벽한 조화와 동떨어져 사는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날마다 말하는 참과 거짓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나는 그를 향해 돌아서서, 이제 옷을 갈아입어야겠으니 자리를 비켜달라고 정중히 부탁했습니다. 그러고는 말했어요. "죄악은 신이 창조한 게 아니고, 우리가 절대적인 것을 어떤 상대적인 것으로 변형시키려 할 때 만들어졌어요. 우리는 전체를 보지 못하고 일부만 보게 된 겁니다. 그리고 그 일부가 죄와 규칙, 악에 맞서 싸우는 선을 결정하다보니 결국은 각자 자기가 옮다고 생각하죠" - 133


재미있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없는 그곳이 어떻게 천국일 수 있단 말인가요? 나는 행복을 찾았던 게 아니라 프랑스 사람들이 말하는 '라 브레 비 La vraie vie', 진정한 삶을 원했습니다.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깊은 상심의 순간들이 함께 있고, 충성과 배신, 두려움과 평화의 순간들이 공존하는 진정한 삶, 내가 미행당하고 있다고 거지가 말했을 때, 나는 이전에 맡았던 그 어떤 역할보다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나 자신을 상상했습니다. 나는 세상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독일을 위해 일하는 스파이인 척하며 실은 프랑스가 전쟁에서 이기게 만들고 있었지요. 사람들은 신이 수학자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신이 만일 사람이라면, 신은 상대방의 수를 앞질러 생각하고, 미리 무너뜨릴 전략을 준비하는 체스 선수일 것입니다 - 157


사랑의 진짜 얼굴은 절대로 볼 수 없는 걸까? 그리고 그리스인들이 이 신화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바를 깨닫습니다. 사랑이란 타인에 대한 믿음이며 그 얼굴은 항상 신비롭게 감춰져 있어야 한다는 것을요. 우리는 매 순간 감정과 느낌으로 살아야 합니다. 우리가 그 암호를 풀려 하거나 알아내려고 하는 순간, 마법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사랑이 이끄는 대로 굴곡지기도 하고 밝게 빛나기도 하는 길을 따라가고,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곳이나 바닷속 가장 깊은 곳으로 이끌려 갈 때에도 우리를 끌어주는 그 손을 신뢰합니다. 우리가 겁에 질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언제나 궁전에서 깨어날 것입니다. 그러나 사랑이 이끄는 발걸음을 두려워하거나 우리에게 모든 것이 밝혀지기를 원한다면 결국 우리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입니다 - 208


불행히도 오늘 일어난 일은 어제도 일어났고 내일 또 일어날 것입니다. 세상이 끝날 때까지 계속되거나, 아니면 인간을 이루는 것은 인간이 생각하는 것만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육체는 쉽게 지친다 해도 영혼은 언제나 자유로우니, 언젠가는 우리가 세대를 거듭하며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이 지옥의 수레바퀴에서 헤어나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비록 생각이 늘 제자리에 머문다 해도 그보다 더욱 강한 힘이 있으니,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 부릅니다. 우리가 진심으로 사랑할 때에 상대방과 우리 자신을 더욱 잘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이제 말도 서류도 회의록도 진술도 고발도 변호도 필요 없습니다. 오직 전도서의 한 구절이 우리에게 필요할 뿐입니다 - 209




스파이 - 10점
파울로 코엘료 지음, 오진영 옮김/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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